살구꽃 그림자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84
정우영 / 실천문학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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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렇게 나는 실종되었다.
즐겁게, 광막한 당신 속을 떠다니는 중이다.

 어둠이 해일로 덮쳐오는 철거 지역 망루,
내장까지 게워낸 어떤 가장이 더운 피발라내 지구 바깥으로 흠씬 뿌려 날린다.
 밤이 깊을수록 더욱 일그러지는 눈눈눈,
 자책하는 국화들이 저 처참한 공허 속으로소복소복 날아간다, 희망이 될 것인가..

생각을 내일의 척후병으로 내보내지 마라.
좌절과 절망에 붙잡히고 만다.
차라리 내일에서 생각을 떼내버려라.
단언컨대 희망은 등 뒤에 있고

사라진 기억들이 나를 이끌어간다.
그러니 오늘 여기를 사는 나는,
어제의 나보다 얼마나 부질없는가.

그가 내 몸을 스쳐 지날 때
검불처럼 허허로워서 나는,
그가 날아가버릴까 봐 무심코
그의 겉옷과 살가죽을 꽉 붙잡는다.
그는 아프다는 시늉도 없이
콧노래 응얼거리며 은근슬쩍 빠져나간다.
건듯건듯 흔들리는 뒤꼭지가
부용산 오리길* 가파른 곡절을 넘어가는 
그의 슬픈 노래처럼 몹시 불안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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