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기억을 지배합니다. 기억은 흐릿해지더라도 여러 계절 울며 말하고 울며 적은 이 기록이 우리의 기억을 초롱초롱하게 지켜서 별이 된, 우리 곁에 있어야 할 그들의 삶을 복원해 줄 것입니다. 기록을 곱씹어 읽다 보면 어느 때든 곁에 있어야 할 이들이 우리의 기억 속으로 돌아오고, 마침내 달라진 우리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가난한 소작인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술에 취해도, 술을 안 마신 날도, 자식과 아내를 때렸다. 아무리 열심히 소꼴을 베어오고 나무를 해와도 트집이 잡혀 매를 맞아야했다. 그때마다 이모가 그를 ‘아가‘라 부르며 위로해 주었다. 그래서 그는 두 아들만큼은 절대로 야단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키우겠노라 결심했고, 그렇게 살았다. 이모처럼, 두 아들을 부를 때면 이름 대신 꼭 ‘아가‘라 했고, 화가 나는 일이 생겨도 절대 언성을 높이지 않고 ‘아가, 왜 그러냐?‘고 달랬다.

미쳤다는 말이 두뇌가 병들었다는 뜻이라면, 그는 결코 미친 게 아니다. 다만 가슴한쪽이 베어나갔을 뿐이다. 일 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 속에 아가가 그대로 살아있다.
는 것뿐, 자신의 ‘아가‘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밀란 쿤데라가 창조한 기억 투쟁‘이라는 말은 이제 보편적인 개념이이 개념이 되었다. 기억이 동물이기 때문이다.
투쟁은 지속적이고 집요해야만 효력을 가진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각은 대체로 생존을 위한 필연적 기술이다. 그러니 기억한다는 것은 고통스러든 슬픔과 고통은 빠르게 잊혀져야 할 운명이다. 그러지 않고는 인간의 행복이 보기능하기에,
기억 투쟁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과 운명을 거슬러 오르는 ‘불편한 진실‘에의 고단한 여정일 수 밖에 없다.


세계가 무너지고 돈과 권력이 사람을 배반하는 세상일수록 꿈꾸어야 하고, 바라보고 나아가야 하는 세계인 것이다. 동화는 결코 낭만이 아니다. 잔혹한 삶을 기억하고 지키는 것. 모든 동화의 시작은 거기에 있었다. 약전 또한 그 길 한복판에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세상에는 416, 304 같은 숫자와 세월호라는 배 이름만 남을 테니까.
그러나 참사의 기억은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남아야만이 반복되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사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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