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로 사케르 Sacer는숭배해야 하는 것과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을 동시에 가리킨다. 이는, 루돌프 오토에 따르면, 무시무시하면서도 매혹적인 어떤 신비에대한 직관이다.게다가 성스러움은 또 다른 점에서도 양가적이다. 성스러움은 숭고하기까지한 초자연적인 것과 접촉하며, 동시에, 혐오스러운 심연을 내포하는 현실적인 것과도 접촉한다. 시체의 복잡한 상황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시체는 성스럽다. 그러면서도 음식이자 약이자 공해이다.
성물에 대한 기독교 교의 전체는 인류가 하나의 유일한 신체를 이룬다는 관념에서 출발한다. 이브를 만드는 데 사용된 살은 아담에게서 떼어낸 게 아니었던가? 그리고 우리는 모두 최초의 부부의 자손들이 아닌가? 이 육체적 결합에,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비로운 몸corps mystique 안에서의 기독교인들의 결합이 덧붙여진다. 이러한 접근은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성물과의 접촉이 갖는 치료효과에 대한 믿음은 처음부터 일종의 이식 적합성 이론에 의해 정당화되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이 최초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성자의 몸은 성자가 신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 덕택에 치료적 효능vertu을 갖는다. 그리고 전체의 효능은 부분들(성물 들) 속에서 재발견된다.
시체를 연구함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특히 견고한 명제들은다음과 같다. 명제 1. 시체는 물건이다. 명제 2. 시체는 성스러운 물건이다. 명제 3. 시체는 음식이자 약이다. 명제 4. 시체는 해롭다. 명제 5. 시체의 처리는 자연스럽게 사제와 의사가 나누어 맡는다. 명제 6. 민법학자는 시체의 처리에 개입하기 싫어한다.
시체의 성스러움 (명제 2)을 다루어야 하는 사람들은 시체가 음식이자 약이라는 점(명제 3) 및 시체가 해롭다는 점(명제 4)을 떠올리지 않으려 한다. 반면 시체의 해로움(명제 4)을 과학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 성스러움(명제 2)을 불편하게 여기며, 시체를 음식과 약으로 쓰는 것(명제 3)의 야만성에 대해서도 거북함을느낀다. 사제(명제 2)와 의사 (명제 3, 4)는 서로 협의 아래 행동하지만, 시체에 대해 정반대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경쟁관계에 있다.(명제 5) 성스러운 물건은 해로운 물건/음식/약을 검열하고 후자는 역으로 전자를 검열하는데, 이는 최종적으로 물건 자체를 검열한다. 민법학자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주변적 위치(명제 6)는 시체의 현실에 대한 그의 분명한 언급 (명제 1)과 대조를 이룬다. 여기서 우리는다시 한번 악순환의 형태를 띤 검열을 발견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음을 증명하고 싶다. 로마법에서 나온 분류 방식들을 고려했을 때 살아있는 인체는 물건의 범주에 들어가야한다는 것, 인체의 법적 성격은 죽음의 순간에도 바뀌지 않는다는것, 그리고 인체의 구성 요소들은 몸에 붙어 있는 아니든 동일한 실체적 성질을 지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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