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사실상 전 우주적 몽상의 가장 적합한 기반인 것 같다. 왜냐하면 나무는 인간의 의식을 포착할 수 있는 길이요. 우주에 생기를 부여하는 생명의통로이기 때문이다. 대립되는 두 개의 무한을 서로 연결시키는 동시에 상반되는 의미를 갖는 대칭적인 두 심연인,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어두운 지하의물질과 접근할 수 없을 만큼 빛나는 에테르가 서로 결합하는 나무 앞에서 인간은 꿈을 꾼다. 묵묵히 서 있는 나무 줄기에 몸을 기대면 인간은 나무에 동화되어 그 내적인 움직임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북아시아인들이 우주목으로 여겼던 전나무 대신 이곳에서는 어째서 자작나무가 우주목의 역할을 하는 것일까? 분명 자작나무의 키가 훨씬 컸기 때문은 아니다. 베툴라 베르코사Betula verrucosa Ehrh.‘는 25미터를 넘지못하고 ‘베툴라 부브세켄스Betula pubsecens‘ 는 그보다 조금 작아서 15~20미터 정도이다. 그리고 전나무의 수명이 적어도 700년은 되는 반면 자작나무는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거의 100여 년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섬세함과 우아함, 그리고 정상을 향해 뻗는 순수함, 은빛 도는 백색 껍질의 아름다움 등등, 자작나무는 모든 전승이 인정하고 있는 여러 특징을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자작나무는 본질적으로 빛의 나무인 것이다.
게르만의 신화에서 자작나무는 벼락과 전쟁의 신인 도나르-토르의 나무였 다. 이 신은 북유럽, 특히 노르웨이에서는 오딘보다도 더 힘이 센 최고의 신 으로 간주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러시아의 민속에서도 자작나무는 중요한역할을 담당했다. 켈트족이나 북슬라브인들에게서와 마찬가지로 게르만-스칸디나비아인들이나 알타이인들에게서도 자작나무의 속성들과 관련된 믿음 은 거의 동일하다. 다알이 수집한 러시아의 속담들에 따르면 자작나무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역할을 한다. 즉, 자작나무는 세상에 빚을 주고, 분쟁을 중재하며, 병자들을 치유하고, 마지막으로는 더러움을 제거한다. 이는 자 작나무의 네 가지 주된 용도와도 일치한다.
한때 신으로 숭앙 받던 존재들은 중세에도 여전히 숲 속에 숨어살았다. 교회는 한번도 그들 모두를 몰아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분명 교회가 그들 중일부를 기독교로 개종시켜 성인으로 만들고, 또 일부는 "그리스도교적 후광" 을 씌워 모호한 모습으로 바꾸긴 했지만, 그들은 살아남았다. 그 수는 엄청나게 많았으며 이들 중 몇몇은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였다. 발은 염소처럼 생기고, 몸에는 털이 박혀 있었으며, 머리에 뿔이 있는 사바의 사탄은 바로 위대한 신 판Pan 이었다.
사탄이 된 판 신은 그리스도교 시대에 매우 위험한 존재로 여겨졌다. 판의영역에 침입한 은둔자들은 판의 술책과 ‘계략embúches‘ 에 걸려들기 쉬운 조건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첫 번째 위협 대상이었다. 계략이라는 용어는 악마의 함정과 간교한 수작을 지칭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던 종교적인 어휘로서, 지금의 논의에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매복embuscade‘ 이라는 말이, 나무를 뜻하는 bosco에서 파생한 이탈리아어 imboscare에서 유래한 것처럼, embuches라는 단어는 나무를 의미하는 ‘장작buche‘ 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고행자들로 하여금 모임을 결성하여 은둔자들의 공동체를구성하게 한 이유들 중의 하나가 있다. 결국 은둔자들은 숲의 거의 대부분을장악했으며, 결코 사라지지 않고 항상 존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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