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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신화
쟈크 브로스 지음, 주향은 옮김 / 이학사 / 2007년 7월
평점 :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한건 산책하다 만난 어르신 때문이다.
아직도 정정하신 어르신은 언덕 위 당수나무아래 앉아 계셨다.
나무는 다치고 말라가고 있었다.
나무가 많이 상했네요. 라고 입을 떼자 어르신이 안타까움 그득한 눈으로 나무를 꼼꼼하게 훑으시며 대답하셨다.
와 아이라. 내 시집 올 때만 해도 무성하고 크다큼한게 훤훤장부 같았니라.
나무가 커서 당수나무가 된건가요?
뭐라카노? 크다꼬 된기 아이라 영험해가 그런기다.
영험하다고요?
니 그 저 골짝에 사는 탁씨 알재?
마을 유지시잖아요.
그래. 그 집이가 우예 그리 잘됐나카믄 다 이 당수낭구 덕이니라. 포항인강? 어데라카드노? 거서 보따리 한나 들고 마을에 와가 사는기 아이었다. 묵는거나 있나 싶게 빼짝 골아가 허청허청 댕깄다. 우야든둥 묵고 살아야카니께네 배를 타야지 우야겠노? 그집 마누라가 아침 저녁으로 당수낭구아래 반듯허니 상을 채리고 백일 치성을 안드맀나?
그랬드이 낭구가 감복했는가 도이 모이고 턱허니 배를 사드만 사흘들이로 고래를 잡아오드라 아이가. 열마리는 족히 잡았을끼라. 그 덕에 저집이 지금이 있는기라.
아..
그 뿐이가? 느그 시어마시도 딸래미 하나 점지해주시라고 치성 드려가 느그 시누 낳은기라. 몰랐재?
정말요?
그람. 지금이사 다들 배때기에 기름칠허고 사니께네 고기 잡으러 나가는 이도 엄꼬 하지만서도 낭구를 이리 섭섭하게 하믄 안되는기라. 태풍에 다 엎어진 배에서 낭구가 살린 목심이 한나 두나가 아닌데..다른동네 사람 다 죽었다고 곡소리가 넘어와도 우리동네는 다 살아오고 그랬니라.
아..
나무와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사람의 수보다 많은 나무는 사람의 이야기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겠다. 그저 ‘나무‘라고 통칭되는 서로다른 얼굴과 이름과 신화가 다시 궁금해진다.
얼핏 사람들의 일상적인 관심들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탐구는 기원에 있어서 궁극적으로 레비-스트로스와 일치하고 있다. 왜냐하면 "천지 창조로부터 인간을 고립시켰던 서양의 휴머니즘은 인간에게서 보호색을박탈해 버렸다. 그 순간부터 인간은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더 이상 알지 못하게 되고, 스스로를 파괴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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