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내 눈은 그곳에 있었고 과거에도 너의 눈은 내 눈 속에 있어서 우리의 여관인 자연은 우리들의 눈으로 땅 밑에 물 밑에 어두운 등불을 켜두었다. 컴컴한 곳에서 아주 작은 빛이 나올 때 너의 눈빛 그 속에 나는 있다. 미약한 약속의 생이었다. 실핏줄처럼 가는 약속의 등불이었다.
(너의 눈 속에 나는 있다. 중에서)
사막을 건너본 달 같은 바람의 맛 울 수 없었던 나날을 숨죽여 보냈던 파꽃의 맛 오랫동안 잊혀졌던 순간이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을 본 양 나의 눈썹은 파르르 떨렸네
늦은 저녁이었어 꽃다발을 보내기에도 누군가 죽었다는 편지를 받기에도 너무 늦은 저녁 찬 물새가 툭 하늘에서 떨어지던 그 시간
(찬 물새, 오랫동안 잊혀졌던 순간이 하늘에서 툭 떨어지는 것을 본 양. 중에서)
난 존재를 안고 있는 허당이었어요.
너는 중얼거렸다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차 소리가 났다 잎새들이 바깥에서 지고 있었다.
너는 중얼거렸다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난 존재를 안고 있는 허당이었어요.
단 한 번도 뿌리와 소통을 해보지 않은 나뭇잎
을 수도 없었다 울기에는 너무 낡은 정열이었다
뿌리에서 떠나 다시 뿌리를 덮어주는 나뭇잎
(전문)
웃을 수도 없었다 웃기에는 너무 오랜 정열이었다.
사막에 대해서 아는 바가 조금 있다. 아마도 작열하는 미 래 황폐한 미래를 위해 이곳은 다른 곳보다 망각이 먼저 오 고 가장 오래 머물고 망각의 혀를 사랑하여 느린 태양의 행 진을 즐긴다. 오직 내비게이션만을 믿고 달리는 태양이 지 배하는 사막의 나날을 위해 록커들이 불렀던 노래를 심장에등꽃처럼 단 턴테이블을 소금벽이 있는 동굴에 걸어두고 싶다. 어느 타임머신이 저 노래를 들었으면 한다. 그 노래는 오직 타임머신만의 미래이므로,
(사막에 그린 얼굴 2008. 중에서)
여기는 이국의 수도 비가 온 지 십 년도 넘어 되었다네 이 도시의 연인들은 헤어진 다음에야 결혼하지 이 도시의 제사장은 아들을 의해 물속으로 들어가고 제 시체가 물에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다네 푸른 구역에는 대추야자나무들 거꾸로 서 있고 그들은 무지, 무직, 라고 아비의 시체는 말하네 아무리 내가 저 몸을 이 생으로 삼고 있지만 저 몸이 죽은 후 물에 떠오를지 아닐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리하여 이국의 수도에서 제사장은 언제나 유죄
(여기는 이국의 수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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