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의 시인의 시집.책 욕심이 많아 닥치는대로 (그래봐야 조족지혈이겠지만) 읽는 편이지만 이 시집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급해 서둘러 읽었다.시인은 손글씨로 적어 몇부만 만들겠다고 했고 지인들이 말려서(?)재생지로 삼백부를 만들었다고 했다.삼백부. 삼백명의 독자 안에 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급했다.부론,그곳에서 읊다.제대로 읊은 시집이다.눈에 마(魔)가 끼었는지 이상하게 띄어쓰기나 오탈자가 눈에 잘들어 온다.정작 나는 어법이며 띄어쓰기 다 무시하지만..습관처럼(?) 시를 읽는데 뭔가 달랐다.뭐지? 다시 읽는다. 뭐지?이 시집은 읽을 수 없다. 읊어야 한다.‘단풍잎에 스민 마음새벽비에도 씻기지 않고찬 물결소리에 눈뜬 바람쌓인 낙엽 괜히 빗질하며떨어져 길을 덮은가을볕과 시비질이네‘라고 읽으면 안된다.‘단풍잎에 스민마음새벽비에도 씻기지않고찬물결소리에 눈뜬바람쌓인낙엽 괜히 빗질하며떨어져 길을덮은가을볕과 시비질이네‘-풍경 1연라고 ‘읊어‘야 한다.노래하듯 장단 맞춰 띄어쓰기에 따라 읽는게 아니라 가락에 맞춰 읊어야 한다.사진과 시가 마주한 시집은 바랜 초록색이다.아직도 시퍼런 청년의 마음이신가보다.시간이 색을 바래게 했겠지만..그래도 초록이다.태풍이 온다고 비바람이 거센 창앞에 앉아 나즈막히 소리내어 ‘부론. 그곳에서 읊‘은 시를 읊는다.잠투정이 심한 나를 재우느라 ‘자장~자장~ 우리 손지 하늘보다 귀한손지, 땅보다 너른손지. 금을준들 너를줄까,~‘한참을 읊어주시던 할머니 생각이 났다.1/300 의 확률로 시집을 구했다.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