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코프 중편선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정연호 옮김 / 신아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불가코프를 어제 읽던 책에서 발견하고 반가웠다.
다행히 그의 중편선을 가지고 있다는 걸 기억하고 파블로프의 개처럼 군침이 돌았다.
악마의 서사시/비운의 달걀/개의 심장.
세 이야기가 연결점을 가지고 이어진다.
그로테스크한. 너무나 그로테스크한 불가코프의 글들이 갖는 매력은 단순히 서사에만 있는게 아니다.
역자의 말을 빌자면
‘세 중편은 당시 혁명과 혁명 후 1920년대의 소비에트 현실을 조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풍자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로테스크에는 항상 풍자적 요소가 있으나 풍자에는 그로테스크의 환상적인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 소설의 두드러진 공통성은 그로테스크라고 할 수 있다‘고 서술한다.
부조리극을 보는듯한 빠른 전개와 입체적 구성이 뛰어나다.
이 부조리함의 목격자이자 공범이 되는 독자는 묘한 쾌감도 느끼게 된다.

나의 책읽기란 늘 이런식이다. 충동적이며 즉각적이고 맥락없음이다. 다음 읽을 독서는 지금 읽는 책이 정해주게 되는 확률이 80%이상이다. 다음은? 일단 이 묘한 그로테스크를 더 탐닉하고 보자.

 이제 심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대신에 기쁨으로 바뀌어졌다.
약 2초가량 개는 죽어가면서 젊은 의사를 사랑했다.
그리고 나서 온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져 보이기 시작했으며, 좀 차갑기는 하지만 기분 좋은 손이 배 밑에 들어가 있음을 개는 아직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개의 심장. 중에서)

죄가 무르익으면 돌처럼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것은 보통 있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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