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항일노동운동가 강주룡. 을밀대에 몸을 묶고 싸운 여성.
아침에 문득 강주룡을 떠올렸다.
도로공사 점거싸움 소식을 읽고 분했다.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싹 무시하는 도로공사 사장의 횡포. 그에 맞선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요구. 그걸 진압했다. 농성자들보다 많은 수의 경찰들이 왔고 버티던 여성들이 웃옷을 벗고 저항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경찰들은 빤히 보며 심지어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여럿이 다치고 체포되었다.
이게 뭐지?
이건 박정희때부터 보아왔던 익숙함이다.
따지고보면 1930년대 강주룡이 싸울때도 다르지 않았다.

강남역 사거리 김용희씨도 고공투쟁중이다. 울산에서도 영남의료원에서도..

다를 줄 알았다.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세운 정부다. 더 많은 이가 굶고(강주룡은 아사투쟁이라고 했다) 더 많은 이가 높은 곳에 올랐다.
법무장관이 되는가 마는가 난리통을 겪으면서 누구도 높은 곳에 오른 이들, 낮은 곳에 앉은 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도로공사 점거 투쟁 뉴스 밑에 달린 댓글에 눈물이 날 뻔했다.
‘대통령 발목잡는 노동자들 없었으면..‘
세상에..이게 무슨?
이런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게 아팠다.

높은 곳에서 강주룡이 내려다 본 세상. 아직도 ‘판가리‘ 중이다.

이는 우리의 마지막 판가리싸움이니......
그러니 인민 여러분, 내 목숨을 내걸고 외치는 말을 들어주시라요.
마흔아홉 파업단 동지들의, 이천삼백 피양 고무 직공의 조서이모든 노동하는 여성의 단결된 뜻으로 호소합네다.

시방까지 배운 바론 노동자가 으뜸이구 근본 되는 계급인데 실지로는 에리뜨들이 계도와 계몽의 대상으로 보구 있다. 이거이 최근나의 불만입네다.

내친김이니 내래 할 말이나 시원하니 다 하구 갈랍네다. 경찰 감시 삼엄하구 기런 거이는 문제가 아니 됩네다. 댁들 같은 인텔리들이 속으로는 쁘로레따리아 계급을 무시하면서 저희들이 가르쳐야하는 족속으로 여기는 거이 제일의 문제입네다. 

내래 배워 아는 것 중 으뜸 되는 지식은, 대중을 위하여목숨을 바치는 것처럼 명예로운 일이 없다는 거입네다. 하야서 내래 죽음을각오하고 이 지붕 우에 올라왔습네다. 평원 고무 공장주가 이 앞에 와 임금감하 선언을 취소하기 전에 내 발로 내려가는 일은 없습네다. 끝내 임금 감하를 취소치 않는다면 내 고저 자본가 압제에 신음하는 노동 대중을 대표해 죽기를 명예로 여길 뿐입네다.
기러니 여러분, 구태여 날 예서 강제로 끌어 내릴 생각은 마시라요. 뉘기든 이 지붕 우에 사닥다리를 갖다 대기만 하면 내래 즉시 몸 던져 죽을 게입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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