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
코가라시 와온 지음, 양지윤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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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하토는 꽃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엄마는 건강 염려증으로 바뀌어 버렸다. 집안엔 식물들이 가득하고 채식만을 강요한다. 성장기 고등학생으로선 채식만으로는 힘들다. 단백질도 좀 먹어줘야지... 그래서 하토는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꽃집 아르바이트도 참 우여곡절이 많다.) 그러던 어느날 하토는 병원에 배달을 나간다. 거기서 소노 마키나를 만나게 된다. 마키나는 몸속에서 식물이 자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하토는 마키나가 왜 입원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서로에게 궁금한 것은 '스무 고개'게임으로 풀어가게 되는데, 내가 제일로 자신없는 스무 고개를 어쩜 둘은 이리 잘하는 것인지. 하토는 처음에는 얼른 이 시간에서 벗어나고자 무심하게 스무고개를 참여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적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아마도 자신의 처한 현실이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지만, 마키나를 만나게 되면서 의욕을 되찾게 된다.

코가라시 와온은 일본 로맨스 소설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한다. 아쉽게도 작가의 책은 이번 책이 처음이다. 책소개를 보더라도 "심장을 때리는아름답고 애절한 러브 스토리"라고 말하고 있는데.. 어째, 난 이 소설을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말로 정의하기엔 뭔가 좀 부족한 감이 있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면 어느 범주까지 속해야 할까 살펴도 봤는데,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꼭 남녀간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인간대 인간의 사랑 이야기라고 봐주면 더 설득력 있을 것 같다. 하토와 마키나를 남녀로 묶기에는 너무 가벼울 것만 같다.

훌륭해. 올바른 선택을 했구나. 너의 행복을, 세상 그 누구보다도 난 바라고 있어.(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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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의 속사정 십대를 위한 고전의 재해석 앤솔로지 3
전건우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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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 문제가 생기면 한쪽 말만 듣지 말고, 양쪽 말을 다 들어보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들 '빌런'이라고 일컫는 이들의 입장을 들어봤는지 생각해 봤다. 어떤 이야기든 등장하는 빌런들은 정말로 물리쳐야만 하는 '악'의 상징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본심은 어땠는지 관심을 한번도 가져볼 생각은 안해봤던 것 같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는데, 하물며 살아있는 빌런들도 각자의 속사정이 있을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매우 유쾌하다. "십대들을 위한 고전의 재해석 엔솔로지"라는 것도 흥미로운데, 빌런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는게 꽤 재밌을 것 같다.

전건우, 배명은, 정명섭, 박영순, 네 명의 작가가 각각 「잭과 콩나무」, 「사람이 된 쥐」, 「헨젤과 그레텔」, 「흥부와 놀부」의 고전을 재해석해서 「이 세계에서 거인으로 다시 태어난 일에 대하여」, 「가족의 재탄생」, 「꿈을 이루어주는 마녀」, 「친절한 늘봄씨」, 4편의 이야기를 선사해준다.

특히나 「가족의 재탄생」은 옛날 어느 선비가 과거 시험 공부하던 절에서 손발톱을 밖에 버리지 말라는 스님의 말을 무시하고 내버렸다가 손발톱을 먹은 쥐가 선비로 변하여 그 집에 머물러 진짜 선비를 쫓아내는 이야기를 재해석한 것이다. 연하와 진하는 남매다. 학교에서 진하는 꽤 인기 있지만, 동생 연하에게는 못되게 군다. 아마도 집안에서 아버지의 권위적인 행동이라기 보다는 여성을 차별하는 행동을 그대로 보고 자랐기 때문 탓일테다. 꼭 이런 사람들이 남들 시선을 의식하면서 자기 식구들은 마치 소유물인듯 함부로 대한다. 연하는 아빠나 오빠에게 맞은 상처때문에 여름에도 긴팔을 입는다. 정말 이런 일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데 말이다. 그런 연하는 집안에 배고픈 쥐에게도 갓지은 밥을 내준다. 그 밥을 얻어먹던 쥐는 연하를 구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날 내다버린 진하의 손발톱을 먹으라는 터주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쥐는 당장 손발톱을 먹고 진하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완전 180도 바뀐 진하가 되어 엄마나 연하에게 살갑게 대해준다. 그렇게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진하와 아빠의 뉘우침으로 마무리는 되지만.. 사람 고쳐 쓰는게 아닐텐데... 이 가족들이 평생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다. 십대들을 위한 건데 꿈과 희망을 줘야 할텐데 너무 세상에 찌든때가 묻은 생각일까.

옛날 이야기속 쥐는 어떤 생각에서 선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본의 아니게 빌런이 되었지만, 「가족의 재탄생」이라는 이 이야기에서는 자신에게 음식을 나눠준 연하를 돕기 위해, 그야말로 '은혜 갚은 쥐'였다. 오히려 빌런은 아빠의 진하가 아니었을지.. 그들의 속사정은 별로 듣고 싶지 않다^^

고전이라고 하면 꽤 어려울 것 같고, 가까이 하기에 먼 것처럼 느껴지지만, 현대작가들의 재해석으로 접하는 방법도 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더군다나 낯설지 않은 작가들의 이야기라 더욱더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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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돌아온 학교 지금 우리 학교는 4
박현숙 지음, 양소현 그림 / 꿈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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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는 시리즈"의 4번째 이야기! < 아이들이 돌아온 학교 >

전작의 제목들이 < 선생님이 사라지는 학교 >, < 선생님이 돌아온 학교 >, < 아이들이 사라지는 학교 >이다. '3분 공연'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덕에 학교로 전학오는 아이들이 조금식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 아이들이 사라지는 학교 > 이야기인가보다. 전작들도 챙겨봐야겠다. 다른 학교로 전학갔다가 다시 돌아온 아이들이 있는 가운데 성우는 원래 이 학교 학생은 아니었다. 그런데, 성우는 매번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다. 선생님이 일으키긴 하지만 곧바로 엎드리곤 한다. 하지만 미술시간에는 전혀 다르다. 엎드리지 않고 수업에 참여한다.

어느날, 태석과 서림이는 학교 교문에서 성우가 엄마랑 실랑이 하는 것을 보았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하는 성우를 억지로 학교에 밀어 넣고 성우 엄마가 떠난 자리에서 서림이는 '금으로 만든것 같은 책갈피'를 발견한다. 성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서림이는 태석이에게 미루다가 종이에 감싸서 얼른 성우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성우 책상속에 넣는다. 그런데 이것을 고백편지라고 헛소문이 돌면서 자꾸만 오해가 쌓이고 의도치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급기야는 모둠활동으로 미술시간에 그린 그림에서 성우의 활약이 월등했음에도 서림이는 태석이가 거의 다 그렸다고 말을 해버린다. 태석이는 최고 점수를 받았지만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자꾸만 성우가 신경 쓰이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과 달리 순수한 면이 많이 사라진 것만 같다. 확실하지 않은 소문은 점점 부풀려져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된다. 아이들 사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잘못 전해진 이야기들을 마치 사실인냥 전해지는 탓에 곤란한 일들이 많아진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탓해서는 안된다. 분명 아이들의 행동은 어른들의 행동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동화속에서 선생님은 아이들이 스스로 인정하고 바로잡기를 바란다. 어쩌면 요즘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된다. 자칫 해결해준다고 나서게 된다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이제, 정말 학교에서의 생활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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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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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은 베스트 소설 작가이다. 그는 꿈에서 새가 되어 살인사건을 지켜보게 된다. 너무나도 선명했던 꿈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얼마나 사실적이었는지, '작가가 직접 살인을 저지르고 소설을 썼다'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단순히 루머라고 치부하고 싶었지만, 늘상 루머들이 모여 단단해지며 마치 사실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든다.

하진은 사실 10살 이전이 기억이 없다. 보육원 수녀님의 손을 잡고 복도를 걸어 가던 것이 기억의 시작이다. 하진은 입양이 되었고, 입양 초반에는 양부모와 관계가 좋았지만 차츰차츰 관계가 악화되었다. 결국 양부모님은 사망했고, 하진은 은둔자처럼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꿈을 꾸기 시작했다. 소설의 출처를 알고 싶어 찾아간 변호사에게 꿈을 꾸고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형사가 찾아온다. 조사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확인할 것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자신을 의심하는 것 같았다. 최강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벗어났지만, 형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최변호사는 하진이 쓴 이야기중 13건의 살인사건에 대해서 하진이 범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을 이야기 했다. 그래서 그 전에 버민을 찾자고 한다. 하진은 보육원이 있던 만조리로 향하게 된다. 만조리에서 하진은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잠들때마다 악몽을 꾼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다. 예전에 한번 잠들때마다 가위에 눌린적이 있었다. 여러날을 계속 그런적이 있어서 잠을 아예 자지 않으려 했던 적이 있어서 하진의 상황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면 너무 무리일려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하진과 하나가 되는 것 같다. 옛기억을 찾아간 만조리에서 마치 예지몽을 꾸듯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실제로 이어지는 것이 참 소름끼친다. 게다가 자신의 조력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을 궁지로 몰아가는 것인지 그 진위를 알 수 없게 될때 밀려오는 난감함.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 아닐까.

책을 다 읽었을 때는 몇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리뷰를 쓰다보니 그 의문점이 풀리기 시작했다. 기억 저편에 봉인되어 있던 일들이 하나둘 풀려나면서 하진을 인도했으리라.. 사건의 진실로.. 그리고 본모습을 가리고 숨어있던 악의 실체를 하진의 소설로 하여금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일테다. 등골이 서늘해지게 만드는 소설을 간만에 만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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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의 비밀, 이준 열사 사망 미스터리
김철 지음 / 열세번째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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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일본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었다. 조선은 외교권을 박탈당했다. 고종의 마지막 희망은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였다. 1907년 고종은 이상설, 이준, 이위종 세 사람을 특사로 보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울분을 참지 못한 이준은 자결했다." 헤이그 특사에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알고 있었다. 역사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역사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는 맹점을 갖고 있네.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탓에 이런 소설을 만들면 아마도 또 궁금해서 당시 이야기를 찾아볼 것 같다.

형사 행크는 신문의 기사를 보았다. "평화회의에 대한제국을 초청하지 않은 것을 항위 시위하던 조선인 중 한명이 수술로 제거한 농양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의문이 들었다. 타이밍 좋게 이 사건을 행크가 맡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부검도 하지 않은 사건인데 일본 외교관은 자살이라고 인터뷰를 한 것일까. 그리고 농양으로 인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수는 없었다. 하지만, 상사는 이 문제가 커지길 바라지 않았다. 잘못하면 외교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름 없는 사람이야. 우리 둘 다 조용히 입닫고 있으면 아무 일도 생겨. 그 이름 없는 사람 하나가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하지는 말자고." 음... '이름 없는 사람'.. 나라가 힘이 없다는게, 그리고 나라가 없다는 것이.. 참 슬픈 일이다.

2022년 검사 이예빈. 업무에 치일 정도이다. 사표를 낼까 고민을 하고 있던 어느날, 의문의 여자가 할아버지 집을 팔지 말라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렇게 찾아간 할아버지 집.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1945년 헤이그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때의 일들을 기록한 일기장을 봤던 기억이 있다. 보일러를 키러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예빈은 1945년 헤이그로 소환된다. 그곳에서 정의와 평화의 여신인 디케와 아이린을 만나 할아버지가 위험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할아버지를 찾는 동안 할아버지 이준호가 되어 이준의 진실을 알고 있는 중요 증인 루디의 변호를 맡으라고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준이 검사였던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저 '헤이그 특사'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그들이 어떤 신분이었는지 그리고 이후의 행적은 어떠했는지도 잘 몰랐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내내 그들을 검색하면서 읽었드랬다. 그리고 이 소설은 단지 예빈의 타임슬립만 있는게 아니고 그리스 신화와 현대 미스터리가 결합되어 있다. 다만, 그리스 신화는 아무리 읽어도 정리가 안되는 나의 단점 때문에, "우리가 누구인지 믿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겁니다"라는 예빈에게 건네는 평화의 여신 아이린의 말이 꼭 내게 하는 말인것만 같다. 그리고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내게는 '이위종'이다. 위종은 이준의 부검 결과서를 들고 미국으로 향했지만, 이미 미국과 일본 사이의 비밀 협정인 가츠라 테프트 밀약으로 인해 주미수호통상조약이 오래전에 무효과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부분을 읽을 때 위종의 좌절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 헤이그의 비밀 >은 단순하게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려 했다'라는 사실만 말고, 특사로 파견되었던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한 고마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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