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의 속사정 십대를 위한 고전의 재해석 앤솔로지 3
전건우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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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 문제가 생기면 한쪽 말만 듣지 말고, 양쪽 말을 다 들어보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들 '빌런'이라고 일컫는 이들의 입장을 들어봤는지 생각해 봤다. 어떤 이야기든 등장하는 빌런들은 정말로 물리쳐야만 하는 '악'의 상징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본심은 어땠는지 관심을 한번도 가져볼 생각은 안해봤던 것 같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는데, 하물며 살아있는 빌런들도 각자의 속사정이 있을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매우 유쾌하다. "십대들을 위한 고전의 재해석 엔솔로지"라는 것도 흥미로운데, 빌런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는게 꽤 재밌을 것 같다.

전건우, 배명은, 정명섭, 박영순, 네 명의 작가가 각각 「잭과 콩나무」, 「사람이 된 쥐」, 「헨젤과 그레텔」, 「흥부와 놀부」의 고전을 재해석해서 「이 세계에서 거인으로 다시 태어난 일에 대하여」, 「가족의 재탄생」, 「꿈을 이루어주는 마녀」, 「친절한 늘봄씨」, 4편의 이야기를 선사해준다.

특히나 「가족의 재탄생」은 옛날 어느 선비가 과거 시험 공부하던 절에서 손발톱을 밖에 버리지 말라는 스님의 말을 무시하고 내버렸다가 손발톱을 먹은 쥐가 선비로 변하여 그 집에 머물러 진짜 선비를 쫓아내는 이야기를 재해석한 것이다. 연하와 진하는 남매다. 학교에서 진하는 꽤 인기 있지만, 동생 연하에게는 못되게 군다. 아마도 집안에서 아버지의 권위적인 행동이라기 보다는 여성을 차별하는 행동을 그대로 보고 자랐기 때문 탓일테다. 꼭 이런 사람들이 남들 시선을 의식하면서 자기 식구들은 마치 소유물인듯 함부로 대한다. 연하는 아빠나 오빠에게 맞은 상처때문에 여름에도 긴팔을 입는다. 정말 이런 일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데 말이다. 그런 연하는 집안에 배고픈 쥐에게도 갓지은 밥을 내준다. 그 밥을 얻어먹던 쥐는 연하를 구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날 내다버린 진하의 손발톱을 먹으라는 터주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쥐는 당장 손발톱을 먹고 진하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완전 180도 바뀐 진하가 되어 엄마나 연하에게 살갑게 대해준다. 그렇게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진하와 아빠의 뉘우침으로 마무리는 되지만.. 사람 고쳐 쓰는게 아닐텐데... 이 가족들이 평생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다. 십대들을 위한 건데 꿈과 희망을 줘야 할텐데 너무 세상에 찌든때가 묻은 생각일까.

옛날 이야기속 쥐는 어떤 생각에서 선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본의 아니게 빌런이 되었지만, 「가족의 재탄생」이라는 이 이야기에서는 자신에게 음식을 나눠준 연하를 돕기 위해, 그야말로 '은혜 갚은 쥐'였다. 오히려 빌런은 아빠의 진하가 아니었을지.. 그들의 속사정은 별로 듣고 싶지 않다^^

고전이라고 하면 꽤 어려울 것 같고, 가까이 하기에 먼 것처럼 느껴지지만, 현대작가들의 재해석으로 접하는 방법도 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더군다나 낯설지 않은 작가들의 이야기라 더욱더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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