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의 비밀, 이준 열사 사망 미스터리
김철 지음 / 열세번째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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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일본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었다. 조선은 외교권을 박탈당했다. 고종의 마지막 희망은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였다. 1907년 고종은 이상설, 이준, 이위종 세 사람을 특사로 보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울분을 참지 못한 이준은 자결했다." 헤이그 특사에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알고 있었다. 역사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역사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는 맹점을 갖고 있네.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탓에 이런 소설을 만들면 아마도 또 궁금해서 당시 이야기를 찾아볼 것 같다.

형사 행크는 신문의 기사를 보았다. "평화회의에 대한제국을 초청하지 않은 것을 항위 시위하던 조선인 중 한명이 수술로 제거한 농양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의문이 들었다. 타이밍 좋게 이 사건을 행크가 맡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부검도 하지 않은 사건인데 일본 외교관은 자살이라고 인터뷰를 한 것일까. 그리고 농양으로 인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수는 없었다. 하지만, 상사는 이 문제가 커지길 바라지 않았다. 잘못하면 외교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름 없는 사람이야. 우리 둘 다 조용히 입닫고 있으면 아무 일도 생겨. 그 이름 없는 사람 하나가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하지는 말자고." 음... '이름 없는 사람'.. 나라가 힘이 없다는게, 그리고 나라가 없다는 것이.. 참 슬픈 일이다.

2022년 검사 이예빈. 업무에 치일 정도이다. 사표를 낼까 고민을 하고 있던 어느날, 의문의 여자가 할아버지 집을 팔지 말라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렇게 찾아간 할아버지 집.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1945년 헤이그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때의 일들을 기록한 일기장을 봤던 기억이 있다. 보일러를 키러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예빈은 1945년 헤이그로 소환된다. 그곳에서 정의와 평화의 여신인 디케와 아이린을 만나 할아버지가 위험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할아버지를 찾는 동안 할아버지 이준호가 되어 이준의 진실을 알고 있는 중요 증인 루디의 변호를 맡으라고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준이 검사였던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저 '헤이그 특사'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그들이 어떤 신분이었는지 그리고 이후의 행적은 어떠했는지도 잘 몰랐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내내 그들을 검색하면서 읽었드랬다. 그리고 이 소설은 단지 예빈의 타임슬립만 있는게 아니고 그리스 신화와 현대 미스터리가 결합되어 있다. 다만, 그리스 신화는 아무리 읽어도 정리가 안되는 나의 단점 때문에, "우리가 누구인지 믿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겁니다"라는 예빈에게 건네는 평화의 여신 아이린의 말이 꼭 내게 하는 말인것만 같다. 그리고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내게는 '이위종'이다. 위종은 이준의 부검 결과서를 들고 미국으로 향했지만, 이미 미국과 일본 사이의 비밀 협정인 가츠라 테프트 밀약으로 인해 주미수호통상조약이 오래전에 무효과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부분을 읽을 때 위종의 좌절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 헤이그의 비밀 >은 단순하게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려 했다'라는 사실만 말고, 특사로 파견되었던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한 고마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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