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링 사이언스 - 언론은 과학기술을 어떻게 다루는가
도로시 넬킨 지음, 김명진 옮김 / 궁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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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년 전까지 과학월간지를 정기적으로 구입해서 읽었었는데, 요즘은 다른 문학작품 속에 빠지다 보니 과학에 대한 전문 기사를 접한지 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잡지나 전문 칼럼을 보지 않더라도 과학계 뉴스를 접할 기회는 많다. 어떤 연구에서 세계 최초로 성과를 거두었다느니, 의학계에 어떤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었다느니 하는 소식들은 신문이나 티비 뉴스를 통해 종종 듣는다. 또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지구 온난화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를테면 '지구 온난화는 사기??' 같은 것들....

이런 것들 이외에도 우린 뉴스에서 접한 과학지식을 갖고 생활 속에서 여러가지 고민을 하기도 한다. 우유를 많이 마셔야 할까? 커피가 몸에 좋은 걸까?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할까? 수면은 몇시간이나 취해야 몸에 좋은 걸까? 등등 ... 생활 속 사소한 하나하나가 따지고 보면 과학적 사고의 발상이 된다. 하지만 그 과학적 고민에 대한 자세한 이론적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과학이란 학문 자체가 비전문가들에게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분야임은 사실이니깐....따라서 잘 모르는 분야 대한 개인의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객관적이다 하는 것이 꼭 장황한 이론적 설명이 필요하단 이야긴 아니다.)  좋지 못한 보도(?)는  대중을 오도하거나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가 과학 정보나 지식을 얻는 곳은 교육이나 책이라기보다는 언론매체를 통한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안다면, 정확하고 편파적이지 않은 객관적 보도가 얼마나 중요함을 알 것이다. 물론 이것은 비단 과학계 뉴스만의 이야긴 아니다. 이 책은 언론매체들이 갖는 자극적인 과학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위에서 잠깐 이야기한 '지구온난화 사기' 같은 문구도 어떻게 보면 자극적인 문구로 대중을 현혹시킨다. (내막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일반 대중들은 비판없이 '사기'라고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다.)

과학 분야에 대한 뉴스는 그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이미지 전달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는 경향이 많다.  대부분 객관적이라기보단 과대홍보로 둘러싸여 있으며, 마치 그 과학기술 하나가 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변하게 할 특정 어떤 것임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일부 과학자가 대중의 지지를 얻고 연구비를 끌어들일 목적인 경우도 있고, 일부 회사들은 과학관련 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론을 이용한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과학자들은 개인이 연구한다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연구지원이나 의회가 승인한 정부 자금에 의존하게 되었고, 언론을 통한 홍보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보도의 문구도 '가장 ~~ 한' 내지는 '세계 최초의~'  '한국 최초의~'라고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많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기적을 바라는 어떤 획기적인 것으로 생각되게 한다. 예를들면 의학분야의 어떤 치료를 발견했을 때 언론은 그것을 '마법의 탄환' '생명의 청사진'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단번에 대중을 현혹시킨다. 하지만 그 예측이 실패했을 경우, 언론은 가차없이 환멸적인 이미지의 기사를 쏟아놓은다. 생명공학에 관한 보도의 경우 언론은 독자들을 생명공학의 기적에서 묵시록적 전망으로, 진보의 예찬에서 위험에 대한 경고로, 낙관주의에서 의구심으로 언론의 변덕스러운 경향을 엿보았다. 이런 극적인 변화는 기자들의 기술 관련 홍보 열정과 대중의 유행에 반응하면서 일어났지만, 궁극적으로는 흥분되는 뉴스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언론의 이해관계와 잘 부합한다. 또 과학이 스포츠 분야도 아닌데, 최초의 결과를 얻어내려는 경쟁에 초첨이 맞춰저 그것을 부축인다. 첨단 기술을 다루는 기사의 언어는 경쟁, 투쟁,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신문이나 언론매체의 주 수입은 주로 광고이기 때문에 각 기업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어떤 사실에 대한 기사를 낼 때 기업들로부터 압력을 받는다. 광고수입을 제공하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노력이 기사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연구비 지원을 위해 성과를 과대포장하기 바쁘고, 기자들은 매일매일 시간에 쫓기듯 흥미기삿거릴 찾고...한마디로 과학도 이젠 잘팔리기 위해 대중의 주목을 받아야하는 상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모든 것이 상품으로 되어간다는 현실은 자본주의 사회의 어쩔 수 없는 페단인 것 같다. 대중의 지지를 얻었을 때는 한없이 인지도가 상승했다가 사소한 실수나 잘못을 드러나면 끊임없이 추락하게 되는 현실....그것을 조장하는 언론 ... 무섭다. 어쨌든 잘 팔리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과대포장이란 행태가 만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태들을 공정해야 할 언론이 앞서 조장한다는 것이 참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이 과학계 뉴스를 초첨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지만, 예전부터 뉴스는 반만 믿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내겐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의 책이었다. 또 우리나라 현정부를 생각하면 뉴스에서 지껄이고 있는 모든 내용들이 모두 정부의 시나리오에 의해 각색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언론의 객관성과 공정성,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그런 언론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아둔한 국민들이 늘어가는 것도 한심스럽기도 하다. 누굴 탓하겠는가...

또 한가지, 이 책의 작가 도로시 넬킨은 사회학자로, 전에 <인체시장>이란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도 느낀 것이지만, 과학의 문제를 사회학적으로만 해석한 경향이 많다. 이 사람 이야기가 모두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다소 편파적인 시각에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잘못된 언론을 비판한 책이었지만, 과학계 또한 싸잡아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페단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어쨌든 과학의 중요성과 그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간과하지 않도록 대중의 이해를 돕는 바른 언론이 정립되는 풍토가 조성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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