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늙어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흰머리가 생기고, 갈수록 얼굴에 주름이 느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런 모습으로 변해가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왠지 슬퍼진다. 늙는 것은 겉모습뿐만이 아니다. 자식들 낳아 키우고 생활에 시달리다 보면, 십대 이십대 시절의 감성적인 사랑이나 상큼하고 들뜬 열정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내 나이도 아직까진 한창 때라 할만하지만, 슬슬 '요새 어린 것들'과의 거리감이 점점 더 많이 느껴진다. 옷입는 것, 먹는 것, 말하는 것에서부터 생각하는 모든 관점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다. 또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워 발끈하던 것들이 점점 더 무던해지는 것은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것일꺼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어쩌면 그것은 나이라는 테두리와 무게에서 오는 관념적인 구속일 수도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진정 사랑에 빠지면, 훨씬 무분별하고 용감하고 순수해진단다. 나이처럼 하찮은 것들은 사랑에 빠진 이들을 두렵게할 꺼리가 못된단다. 얼마 전 극장에서 본 영화의 내용도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40대 여자가 20대 남자가 사랑하는 내용이었다. 이 책도 그런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아직 내가 그만큼 나이를 많이 먹지 않았고, 열정적 사랑에 대한 경험이 그다지(?) 없어서인지, 이런 사랑들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지만, 이 책은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굉장히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아마 이 책이 작가의 자전적 색체가 짙게 묻어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내용은 작가의 어머니의 편지로 시작한다. 딸을 보러 오라는 사위의 초대를 거절하는 답장으로, 그 이유는 '자신이 기르고 있는 붉은 선인장이 곧 꽃을 피울 것 같아서'였다. 그런 순수한 열정은 어머니의 삶을 사랑으로 충만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이 결코 평탄한 삶은 못되었다. 그런 어머니의 삶을 작가는 비슷하게 이어간다. 두번의 이혼, 여러가지 부적절한 관계 등... 이제 오십이 넘은 작가는 과거 서투른 사랑의 실패를 회상하며, 이젠 모든 열정과 사랑에 초연해지겠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달리 뒤늦게 다시 찾아온 사랑의 감정에 흔들리고 설레인다.

상대 남자는 자신보다 열다섯살이나 어린 젊은 남자이다. 그녀는 나이는 겉치례에 불과한 하찮은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늙어버린 자신의 얼굴과 손을 그가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남들이 그들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신경을 쓴다. 게다가 비알을 좋아하는 엘렌이란 젊고 예쁜 처녀가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지우고 젊은 남녀를 엮어주려 애쓰기까지 한다. 그리고 비알을 엘렌에게 보낸다.

자신의 뒤늦게 온 사랑에 설레고 수줍어 하고, 자신의 열정에 괴로워하면서도 선뜻 남자에게 손을 내밀지 못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너무도 섬세하게 그려졌다. 이성으로는 애써 자신의 사랑을 부정하지만, 감성적으로 남자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친애하는 남자여, 영원히 안녕, 그러나 당신을 환영합니다. <p.30>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는 프랑스에서는 제법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그녀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녀는 이 소설이 자신의 모델이라고 표현하였지만, 그녀의 평탄하지 않았던 삶의 일부, 어린시절과 어머니에 대한 추억, 사랑 등에 대한 그녀의 내면과 바람들이 고백하듯이 그려져 있었다. 솔직히 그녀가 겪은 사랑이 매우 아름답다거나 쉽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치 시와 같은 감성적인 문체와 글귀에 금새 심취되었다. 그 글귀들은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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