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왠지 소설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그리 길지 않은 이 소설을 일주일이 넘게 징하게 붙들고 있었다. 그나마도 한챕터씩 띄엄띄엄 읽었기에 내용의 맥락이라든지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진정한 속뜻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조차 모르겠다. '다시 읽을까?'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내용을 바로 연이어 다시 반복한다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냥 애매모호한  상태로의 내 느낌을 몇자 끄적여 보고자 한다.

'암스테르담'... 이 소설의 결말은 가히 충격적이다. 지루한 듯 띄엄띄엄 책을 읽다가 뒷부분에 벼락을 맞은 듯이 정신이 번쩍났으니 말이다. 솔직히 이 소설을 다시 제대로 반복하여 읽고 싶었던 이유도 이 예기치 않은 결말 때문이었다. 또한 '암스테르담'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상징적인 의미도 소설을 다 읽고 난 이후에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왜 제목이 암스테르담인지...표지 속의 저 여잔 뭔지 등은 솔직히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몰리라는 여자의 장례식에 몰리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그녀를 사랑했던 네 남자가 모이게 된다. 그들은 그녀의 남편인 출판업계의 재벌 조지, 유명한 작곡가 클라이브, 신문사 편집국장 버넌, 그리고 현 외무장관 가머니이다. 클라이브와 버넌은 친구 사이이다.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몰리가 찍은 외무장관 가머니의 은밀한 사진이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사진을 신문에 공개하려 판매부수를 늘이고 정치세계에서 자신과 다른 입장인 가머니를 끌어내리려는 버넌과 이를 반대하는 클라이브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서 우정이 깨지고 파멸로 치닫는 결말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들이 파멸로 치닫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상대의 약점을 자신이 단죄할 수 있다는 생각과, 상대의 약점을 발판으로 자신의 위치를 끌어올리려는 이기심 때문이었다. 다시말하면 자신의 어줍지 않은 도덕성으로 상대의 도덕성을 판단하고 처분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클라이브는 자신이 사랑했던 몰리를 위해 가머니와 몰리의 극히 개인적인 추억을 망치지 말자는 것이었다. 또한 한 정치인의 사생활을 까발려 끌어내리려는 것이 비도덕적이라 생각했다. 그런 친구를 경멸했고 비난했다. 하지만 클라이브는 자신의 음악적 영감을 위해 강간당하는 여성을 그냥 외면해버렸다. 그런 그가 누구의 도덕성을 문제삼는단 말인가? 자신이 판단하는 도덕적 정당성은 상대의 도덕성 앞에선 한순간에 위선이 되고 만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 모두를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언론인으로서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어쩌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 하지만 그것이 개인적인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면 비도덕적인 것일까? 음악적 영감을 망치고 싶지 않아 산길에서 다투던 남녀를 그냥 지나쳤다고 그가 비도덕적이라 비난할 수 있을까? 

 
요즘 뉴스를 보면 정치계나 사회계에서 서로를 헐띁고 비난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가관인 일들이 많다. 아니 굳이 정치나 사회적인 일이 아니고도 나의 사생활 속에서도 숱하게 일어난다. '뭐묻은 개가 뭐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듯이..어느 누가 상대의 도덕성을 판단할 자격을 갖추었을까? 신이라면 가능할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이같은 갈등과 다툼은 끝이 없어보인다. 아니 반대로 무감각해져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외면하며 살아가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란 것이, 인간의 도덕성이란 것이 차차 무뎌지고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