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양반의 일생 규장각 교양총서 2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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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하여 양반 쌍놈을 논하는 것은 참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되었다. 아니 요즘 시대엔 아무도 내가 양반 핏줄임네'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능력있는 사람, 재력있는 사람이 세상을 주름잡는 시대다. '이 양반이~xxxxxx'라고 말할 때보면 양반이란 말은 요즘시대에 그다지 좋은 어감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용어의 의미 또한 변한다. 그런 현대 시대에 양반의 일생을 논하는 이 책이 한편으론 무슨 큰 의미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 또 개인적으로는 조선과 양반이란 족속들을 그다지 좋게보지 않는다. 조선이 이백년이나 길게 끌었던 것과  국가 발전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유교 성리학을 논하며 머리에 힘주고 다녔던 양반들이 이 나라의 발전을 저해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이유가 조선과 양반을 비판하려함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역사서들을 쳐다보았지만, 굵직굵직한 사건을 계기로 그저 한 흐름을 익히고 있었을 뿐, 속속들이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그냥 수박 겉핧기 식으로 역사를 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한 역사는 이렇게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살펴보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한 시대를 주름잡는 영웅이나 사건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역사를 바꿀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네의 삶 속에 지금도 역사는 흐르고 있다. 또한 이런 생활상들을 살펴보는 것이 더 흥미롭기도 하다.

우선 이 책은 양반의 의미를 동양문화권에 속한 중국 명,청 시대의 사대부와 일본 도쿠가와 시대의 무사와 비교하고 있다. 이들 세 계급 모두 그 시대의 지배계층이었기에 비교에 의미가 있다. 사대부와 양반은 과거를 통해 습득된 계층이고, 무사는 생득적인 지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대부와 양반의 차이점은 과거 자체의 개방성 문제도 있지만, 양반은 세습적 성격이 강하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다시 말하자면 관료의 자격을 가진 사람의 후손도 양반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다. 무사도 세습적이긴 하지만 아들 중 한명에게만 세습된다는 것이 후손 모두에게 양반자격을 받는 조선과 다르다. 즉, 양반의 신분은 법적으로 규정된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인 관습을 통해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조선사회와 이후 한국 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역은 책으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실제 사료와 기록을 토대로 하고 있다. 양반 자손이 태어나면서부터 과거공부, 관직진출, 관례, 혼인, 가족제도과 가계계승, 제례 등 양반의 생활의 전반적인 것들을 설명한다. 이 외에도 유배생활, 선물경제, 주거문화, 양반가의 여성들, 지방 자치조직 향약 등 다양한 양반 사회의 문화도 엿볼 수 있다. 실제 기록과 문헌, 풍속도들은 이 책의 내용을 넘어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혼인과 과거, 조선 양반 여성들의 생활상으로, 우리가 가끔 텔레비전 사극에서 얼핏 보던 모습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또한 조선하면 유교 성리학에 입각한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떠올리기 쉬운데, 조선초기는 남녀가 평등했던 시대였다는 것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재산상속, 제례 등 남녀 모두가 평등하게 행하였지만 후기로 오면서 유교적 가족 질서에 따라 제사를 받들고, 가족의 대를 잇는 장자의 책임이 점차 무거워지면서 아들의 위치가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어렴풋이 알았던 양반의 생활 상에 대해 자세히 알았고, 또 그동안 몰랐던 여러 문헌 자료와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솔직히 책을 처음 접하였을 땐, 양반문화에 대한 안좋은 선입관으로 그들의 정신세계와 삶을 속속들이 씹어줄테다!! 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이렇게 말하는 난 양반출신이 아닐까? ㅋ 전에 읽었던 모 역사서에 저자가 양반에 대해 이것저것 씹어대면서 자신은 그래도 양반출신이라 말했던 장면에서 배꼽빠지도록 웃었던 기억이 난다.ㅎㅎ)  이 책은 조선의 문화이며, 현재를 만든 양반문화를 비교적 긍정적이고 소탈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양반의 생활이라기보다 조선시대 우리의 일반적인 생활상을 엿본 느낌이다. 물론 양반의 생활이 조선사회의 전반적인 생활을 보여준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또한 현재 우리 사회에는(시대가 변했다 하지만) 옛부터 내려 온 가치관과 습관들이 곳곳에 조금씩 남아 있다. 제사는 어떻게 지내야 하며, 혼례를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 등등 이 책을 통해 그와 같은 인식들이 어디에서부터 생겨났는가에 대한 뿌리를 찾아 볼 수 있었다. 과거의 생활 상을 알아보고 현재의 뿌리를 찾는 과정도 역사를 배우는 중요한 의미일 것이다.
옛날 옛적에~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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