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 포인트 10 -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바꾼 거대한 사건
심현정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몇년 전 봤던 영화 <나비효과>에서는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어떤 일들에 휘말리게 된다. 그 사건의 결말 여부에 따라 현재의 모든 상황들이 완전히 변하게 된다. 과거의 사소한 일 한가지라도 모두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꽤 흥미있게 본 영화인데, 또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감독이 결말을 두 가지로 만들어놨다는 것이다. 과거에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현재의 달라진 두 가지 모습을 모두 재현해보인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겐 꽤 생각해볼 꺼리를 준다. '과거 그때로 다시 한번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해을텐데...' 라고 하는 생각을 모두 해봤을 것이다. 내 인생에도 되돌아가고픈 '터닝포인트'가 있다. '음악공부를 멈추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휴학을 하지 않았더라면 ' '그때 그 선배의 책장을 넘겨보지 않았더라면..' 등등...너무 많아서 나열하기도 힘들다. 그 만큼 내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난?? ;;

 

한사람의 인간사도 이렇게 우여곡절 이야기가 많은데, 하물며 수천년 인간의 역사 속에 얼마나 일들이 많았겠는가? 저자는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바꾼 거대한 사건 10가지를 소개하고, '그때 다른 결말을 맞았더라면 현대 우리 사회가 어땠을까'라는 재밌는 생각들을 정리했다.  작가가 소개한 10가지 사건들은 살라미스 해전, 십자군 전쟁, 흑사병, 콘스탄티노플 함락, 콜럼버스 대발견, 잉카의 멸망, 프랑스 시민혁명, 트라팔가 해전, 황태자부부 저격 사건, 히틀러 수상 등극이다. 모두 역사적으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흥미로운 소재였지만 내가 가장 관심이 갔던 사건은 살라미스 해전이었다.  

 

살라미스 해전은 BC 480년경 페르시아와 그리스 연합군이 충돌한 전쟁인데, 그리스는 테미스토클레스라는 탁월한 전략가의 활약으로 페르시아를 무찌른다. 이 전쟁의 승리로 그리스 문명은 유럽 문화를 주도하며, 오늘날 서양 문명의 모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만약 해전의 결과가 정반대로 페르시아가 승리했더라면 동방의 페르시아는 그리스를 발판으로 유럽대륙으로 진출하게 되고, 서방과 동방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도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더 나아가 동양 중심의 세계관이 일찌감치 성행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대의 우리나라도 세계 속에서의 위치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란 대부분 승자의 기록이며, 해석하기에 따라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진실은 그 사건 당시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 수만큼 존재한다." (이런 유명한 문구를 애니메이션 속에서 누군가 말했던 기억이 난다.ㅋ)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발견이란 것도 그것이 대발견인지 대파괴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 또한 독일인들에겐 그 당시 천재적인 지휘관이었지만, 우리 눈엔 한사람의 광인으로 비춰졌을 뿐이다.  

 

터닝 포인트란 것도 패자의 입장에서 다시 되돌려 쓰고 싶은 역사의 일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역사 또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이뤄냈다면. '남북으로 분단되지 않았다면'... 에서부터 '현재 MB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았더라면....까지...

 

그렇지만 한번 지나친 시간은 되돌아갈 수 없고, 역사 또한 돌이킬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앞으로 미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역사의 터닝포인트를 이해하는 일은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이다. 거창하게 역사라는 이야기를 할 것까지도 없을 것 같다. 나의 일상에서 나의 과거의 실수를 반성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삶.... 그것 또한 한시대 역사를 살아가는 내 존재의 의미이자 내 삶의 의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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