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 그가 구한 것은 동물원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The Earth)’였다!
로렌스 앤서니 지음, 고상숙 옮김 / 뜨인돌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동물을 매우 좋아한다. 가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보면 그들의 귀여운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고 한껏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지만, 넓은 자연에서 맘껏 뛰어다녀야 할 저들이 이렇게 좁고 갑갑한 철창 안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비단 동물원의 동물들만이 안타까운 것은 아니다. 우리가 키우는 애완동물들도 그렇다. 필요에 의해,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키워졌다가 버려지는 동물들이 많다. 마치 장난감이나 인형처럼 귀여울 때 생각없이 데려가 키우다 병들고 늙어서 미워지면 버리는 몹쓸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다. 또 버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정상 키우다가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고....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의 이기심에 의한 동물 학대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동물을 사랑하고, 애완동물들을 끝까지 사랑하고 책임지는 사람도 많다.

 

세상 곳곳에 동물원들이 많듯이, 이라크 바그다드에도 동물원이 있었다. 하지만 2003년 봄, 이라크에 전쟁이 발발했다. 이라크 시내에 무차별 폭격이 가해지고 사람들도 여럿 죽어나가는 혼란 속에서 누구하나 동물들 목숨을 책임지고자 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가여운 동물들은 세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죽음을 맞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환경보호운동가인 로렌스 앤서니는 어느날 CNN 뉴스에서 수류탄 파편에 두 눈을 거의 실명한 사자를 보고, 오직 동물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이라크 행을 결심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동물들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스스로 보호할 수도 없다. 무관심 속에 도매금으로 살육되거나 우리에 갇힌 채 굶어죽는다. 또한 전쟁으로 살기가 오를대로 오른 광기어린 군인들은 무차별 총난사로 이유없이 동물들을 학살하기도 한다.

 

동물을 구한다는 그의 생각이 참 대단하고 존경스러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전쟁통에 동물을 구하겠다고 목숨을 걸고 들어가는 그가 솔직히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것인지는 일일히 설명 안해도 이해될 듯 싶다. 사방에서 총탄이 날라오고, 자살폭탄테러가 들끓으며, 언제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 알 수 없으므로 한시도 긴장을 풀 수가 없다. 게다가 이라크에서 백인으로서 다닌다는 것은 그냥 대놓고 '죽여줍쇼'와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정신이 아니시네요....이곳은 시궁창이에요. 싸워서 뺏을 가치조차 없는 곳이라고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들끼리의 갈등 때문에 동물을 지옥으로 꺼지라고 할 수는 없었다 <p.80>

 

"문명화 된 인간이 야생동물을 그렇게까지 끔찍하게 학대하는 것을 정당화한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악행이 지구에 가해지고 있을까?"  <p.334>

 

우여곡절 갖은 고생과 위협 속에 쿠웨이트와 중립적인 남아공 정부 그리고 연합군본부 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이라크 진입에 성공한다. 이라크 현지 동물원의 실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처참했다. 폭격으로 벽 한쪽이 모두 허물어졌으며, 총구멍이 수없이 뚫려 있었다. 일부 힘없는 동물들은 약탈자들에 의해 모두 잡혀가거나 희생되었고, 남아 있는 동물들은 그나마 스스로 인간들의 탐욕에서 몸을 지켜낼 수 있었던 일부 이빨을 가진 맹수와 하늘을 나는 새뿐이었다. 전쟁의 공포는 과연 인간에게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속에 갇혀서 눈앞에 폭탄이 떨어지는 상황을 이 동물들을 얼마나 무섭게 견뎌냈을까?
그들은 패닉과 갈증, 굶주림으로 거의 죽어가고 있는 상태였고, 상처로 고통받고 있었다. 눈앞의 상황이 너무 비참했던 그는 차라리 총을 하나 서서 동물들을 하늘나라로 고이 보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비를 털어 동물들을 위한 먹이와 수로를 만들었으며, 현지 이라크인들을 고용해서 힘겹게 난관을 헤쳐나갔다. '힘겨운 난관'이란 것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무서웠다. 단지 동물을 구하기 위해 이라크에 진입한 한 남자의 눈을 통해 난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간접체험 한 느낌이다. 그는 동물들 뿐만 아니라 굶주려 있는 이라크 사람들도 돕는다. 목숨에 위협을 받는 상황을 잘 이겨내며, 그들은 동물들을 살려냈고, 사담 후세인의 아들 우다이궁에 고립된 사자들을 구출하고, 도둑과 마약범들이 들끓는 아부그라이브에서 사담 후세인이 기르던 종마도 구출해낸다. 6개월간의 고생 끝에 동물들은 안정을 찾고 2007년에 바그다드 동물원은 다시 새롭게 문을 열게 된다.

 

꽤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세계 한편에선 개발이란 이름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전쟁으로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체를 몰살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하나의 생명이라도 지켜내고자 노력하며 자신의 모든 것, 목숨까지 걸었던 그의 용기가 더욱 값지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을 지켜내려는 노력... 그것이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인간이 지구에 대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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