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젖 짜는 사람 - 다마스쿠스에서 온 이야기들
라픽 샤미 지음, 이상훈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몇 개의 프랑스 작품에 심취해서 제목만 보고 골라온 <파리 젖짜는 사람>이란 작품은 내겐 황당하게도(?) 프랑스 작품이 아니었다. ㅎㅎ 작가는 독일인이었고, 이 책의 배경은 우리에게 낯선 도시 다마스쿠스이다.(다마스쿠스는 시리아의 수도이다.) 생각없이 짚어 든 소설 속에서 난 다마스쿠스의 이국적이고도 따뜻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마치 작가가 어린 시절 경험한 내용을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알고보니 작가는 다마스쿠스 태생 독일인이다.

이 책은 열세가지의 단편으로 꾸며진 하나의 작품이다. <파리의 젖짜는 사람>은 열세가지 중 하나의 제목으로 살림 아저씨가 군대에 안가려고 귀먹어리 행세를 했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책의 내용이 유쾌하다 말했지만, 사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부분들이 훨씬 많다. 알다시피 이 책의 배경인 시리아란 국가에서 과거의 경험을 끄집어 내어 이야기를 엮기엔 어두운 사회적 배경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그다지 평탄하다고 할 수 없는 시리아의 현실....잦은 내전과 쿠데타 그리고 아랍 - 이스라엘간의 전쟁으로 사회는 안정되지 못하고 사람들도 궁핍한 생활을 면하기 힘들었다. 이 책속에서도 그런 안타까운 현실들이 속속 엿보인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가난한 살림, 어려운 살림에 돈을 보태기 위해 설탕 과자나 닭은 파는 어린 소년, 학교와 사회에서 차별받는 쿠르드족 친구 마흐, 이슬람과 기독교의 갈등, 비밀 경찰 이야기 등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을 작가는 따뜻하고 정감어린 시선으로 우리에게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간혹 슬픈 내용도 있었지만, 대부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고 어쩔 때는 혼자 낄낄 웃기도 하며, 열세개의 이야기를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마치 전에 읽었던 <망고 스트리트>라는 작품(미국에사는 멕시코 빈민자들의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천진난만한 소녀 에스페란자를 통해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졌던)의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결코 따뜻할 수 없는 현실들이 이렇게 유쾌하고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였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어쩌면 작가는 아이들의 눈을 통해 안타까운 현실과 사회 정세를 풍자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즐거웠지만 묵직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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