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3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최지향 옮김 / 부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청바지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의류로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한두벌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옷장서랍 한칸이 청바지로 가득 차 있을 정도로 청바지를 즐겨입는다. 스키니를 비롯해 부츠컷, 반바지 등 종류도 다양하다. 너무 쉽게 그리고 옷 중에서 가장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마구  입지만, 단 한번도 청바지가 어떻게 내 손에까지 들어오게 되었을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디자인 좋고 싸게 사입을 수 있다면 기뻤고, 지금 갖고 있는 청바지도 모자라서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또 사입을까 기웃거린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청바지 하나가 내 손에 들어올 때까지 거쳐간 수많은 노동자들의 땀과 고통을 생각하게 되고, 청바지 하나라고 가볍게 생각되지 않는다.

 

이 책은 단순히 청바지의 제조과정이라든가 청바지의 유래 같은 단편적인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폭넓게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옷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이야기를 취재하여 들려준다. 아제르바이잔에서 목화를 체취하는 소녀에서부터 캄보디아 섬유에서 일하는 노동자, 이탈리아의 원단 제조 업자와 뉴욕의 유명 디자니어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삶의 현장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전세계 국민들이 즐겨입는 청바지를 통해 작가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고, 현명한 소비, 책임있는 소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지 않다면 생산-소비 사슬을 저 아래에 있는 누군가가 대신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바지를 통해 세계 경제, 국제 경제 시스템, 자유무역의 논리와 모순 등으로 인해 세계화된 시장에서 소외받는 약소국의 경제 현실과 열악한 노동 환경 대해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환경 문제, 노동자의 인권 문제까지 폭넓게 전해준다. 세계 경제 동향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청바지 산업의 문제와 관세를 피하고 생산비 절약을 위해 이나라 저나라 돌다보니 청바지에 붙은 원산지의 표기가 무색할 정도이다. 또한 중국이 경제 시장에 부상함에 따라 값싼 노동시장을 찾는 각국의 경제 동향은 더욱 빠르게 변화한다. 이런 문제는 비단 청바지뿐만은 아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현대 우리나라 사회에 살고 있는 내 자신이 다행이다 생각되면서, 한편으론 너무 쉽게 사고,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우리의 소비 문화에 대해 생각해봤다. 청바지의 원료가 되는 목화를 얻기 위해 목화밭에서 땀흘리고 병들도록 일해도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못받아 청바지 하나도 사입을 형편이 안돼는 어린 소년, 소녀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내가 입고 있는 청바지가 무거워진다. 또 청바지에 사용되는 염료가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며, 또 그것을 제작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입어야 할 것이다. 화학 약품을 뺀 유기농 청바지와 노동환경을 개선한 추가 비용들이 청바지에 포함된다면 가격은 당연히 올라갈 것이다. 무조건 값싼 상품을 좋아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며, 그 이전에 과소비 욕망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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