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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과 믿는다는 것의 차이는 뭘까...
그 둘다 모두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을 진실이라 생각하고 타인에게 말한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 일들 사이에 우리는 수많은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이해하고, 타협하기도 하며, 용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적당한 선'이란 것이 어디까지일까?
이 소설을 읽으면 이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나 또한 한순간 나도 모르는 이기적 마음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깊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 속 믿음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자기가 본 것을 진실이라 믿는 13살 소녀 브리오니...소녀는 어떤 사건에 대해 자기 입장대로 해석해서 그것을 진실이라 말해버렸다. 그 당시엔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철부지 어린 소녀의 무책임한 말한마디로 두 성인 남녀의 삶은 철저하게 파괴된다. 한창 빛나는 미래를 꿈꾸던 의대 지망생 로비는 감옥에 가고 그 죄로 전쟁터로 징집됐으며, 언니 세실리아는 동생과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한채 떠나버린다. 어린소녀의 한 순간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치명적인 결과가 따랐다.
끔찍한 전쟁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 로비, 그리고 로비가 돌아올 때까지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리며 사는 세실리아.. 두 남녀의 짓밟힌 인생을 보며 브리오니는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점차 깨닫게 된다. 소설가가 된 브리오니는 속죄의 마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쓰며 그동안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 속 내밀한 이야기와 진실을 담아낸다. 이것이 바로 이 소설 속 이야기이다.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얼마나 나약하며 쉽게 상처받기 쉬운 것인지.. 또한 얼마나 쉽게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인지...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순진한 브리오니의 한순간 상상력은 그녀의 삶 또한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책감 속에 고통을 받게 만든다. 브리오니만을 탓하기엔 그녀의 삶도 너무나 가혹했기에 미워할 수가 없다. 이 소설 속 주인공 모두가 마음 아프고 애틋하다. 속죄하는 이야기라 했지만 난 이 소설이 슬픈 러브스토리로 기억에 남는다. 이 소설의 여운이 꽤 오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