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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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자율적 사고를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도 입시위주의 획일적 교육은 여전하다. 대학의 문이 넓어졌다곤 하지만 수도권 대학의 입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고, 학생들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한 지식의 습득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 사고의 폭을 넓히라 하지만 영어 단어 한자 더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 더 푸는게 더 급하기 때문에 시험에 필요한 소수 필독 도서를 제외하곤 책은 계속 뒷전으로 밀린다.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학생 본인이 가장 큰 문제이겠지만, 학생들을 너무 입시 위주로 몰고가는 교육 정책과 학교, 학부모들의 태도가 더 문제이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갈 것이다. 그 학생들은 수학문제도 잘 풀고, 물리학 공식도 잘 안다. 하지만 그들은 수학과 물리를 그저 답안지에 답을 써야하는 용도 외에는 더 발전된 사고를 하지 못한다. 수학의 미적분학이 물리학 법칙에 왜 이용되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공식인 것이고, 그 공식 자체로 머리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 배운 것을 실제 생활에 거의 응용하지 못한다. 물리와 수학 문제는 실생활과 전혀 관계 없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한다. 알고 있는 것과 적용을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하며, 실제와 환상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이해가 아니라 외워서 알게되는 교육시스템과 창조적 사고의 결여 때문이다.

 

왜 우리는 수학은 풀어야 하는 것이고, 음악은 들어야 하는 것이며, 미술은 봐야하는 것일까? 수학을 느끼고, 음악을 보며, 미술을 들을 수는 없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이 교육 시작단계에서 부터 과목을 별도로 여러 개 나뉘고, 한 과목을 다른 과목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직관적인 생각이 철저하게 무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은 오로지 '수식 안에서' 음악은 오로지 '음표 안에서' 라는 테두리 속에 사고가 갖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획일적 사고의 탈피를 촉구하고 열린 생각, 창조적인 생각, 다시 말하면 무한한 상상력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13가지 생각 도구로 제시하고 있다.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사고, 모형만들기, 놀이, 변형, 그리고 통합이다.

 

13가지의 생각 도구라는 제목 하에 수학, 과학, 예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여러 사람들의 경험과 내용을 소개하며, 창조적 사고의 필요성과 생각하는 방법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한다. 이 모든 것들 중엔 내 학교 생활 18년동안 어떤 선생님으로부터도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던 내용도 많다. 또 실제로 적용해보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 이르기까지 오로지 시험을 잘보기 위한 공부만 했다. 창조적 생각이란 것, 따지고 보면 우리와 그리 멀게 있는 것도 아니고, 하기 힘든 것도 아닌데, 왜 한번도 체계적으로 노력해 보지 않았는지...그리고 왜 학교에서는 한번도 학생들의 자율적 사고를 독려하기 위한 열린 교육을 시키지 않았는지...오로지 시험에 나오는 것과 안나오는 것을 구별하는 교육밖에 생각이 안난다.

 

창조적 사고란 것이 분명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이 책은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학생들의 사고가 트이고, 그런 학생들이 사회에 나온다면 분명 우리 사회는 좀더 발전된 형태로 달라지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교육에서 획일화된 사고로 졸업해 나온 수많은 '무늬만 지성인'들이 국가 정책이나 사회에 획일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동조하거나 무관심하게 반응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들을 많이 봐왔다.

 

물론 나 또한 누굴 비판할 만큼 생각이 트이지 못했다. 나도 획일화된 교육 정책과 입시 경쟁에서 공산품처럼 찍혀 나온 사람 중의 한명이다. 게다가 학창시절엔 교과서 이외의 책이라곤 거의 손에 들어본 적이 없다.  또한 뭔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낸다는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고 노력조차 안했다. 수업도 레포트도 그냥 모든 것을 쉽게 생각하고 대충 떼웠다. 딱딱하게 굳어져 버린 머리와 생각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이제서야 생각의 지표를 넓혀주는 독서의 중요성과 재미를 알고 이것저것 책을 많이 보려 하지만, 한번 굳어진 생각이라는 것이 쉽게 말랑말랑해지지 않더라.. 창조적 생각이란 것은 습관화되고, 생활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습관화되기 위해서는 이 책에 나온 것과 같은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내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는 점은 이제서라도 책을 가까이 하게 되어, 나의 좁은 생각과 감성의 테두리가 조금은 넓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또 이렇게 책의 리뷰를 쓰는 것도 책을 통한 나의 느낌을 재창조하는 것이라 보면, 창조적 사고의 바탕이 될 수 있다. 책으로 알게 된 지식을 통해 예술 작품을 마음으로 느끼기 시작했으며, 음악 또한 보이기 시작했다. 또 습관화된 독서는 이런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주었다. 창조적 사고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의 바탕은 우선 독서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책을 멀리하고 계신 분들께 독서의 기쁨과 보람을 전하고 싶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에 머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실재를 보게 된다.

- Paul Hor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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