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킨스의 신 - 리처드 도킨스 뒤집기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김태완 옮김 / 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도킨스란 인물에 너무 빠져 들고 있는 것 같다. 내 자신이 철저한 다윈주의자도 아니지만, 그의 이론들은 웬지 나의 관심을 끌어당겼다. 그의 이론과 논리를 백퍼센트 옳다고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만들어진 신>을 읽은 후에는 그의 다소 격양되고 감정적인 듯한 논리에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한가지 이론에 너무 심취하게 되면 심각한 편견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또 다시 고른 책은 '리처드 도킨스 뒤집기'라고 하는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또 다른 책이다. <도킨스의 신>이라고 해서 도킨스가 말했던 신적 가설... 즉, <만들어진 신>이나 더 나아가 진화론에 대한 비판인줄 알았는데.. 이 책은 진화론이 아니라 도킨스 자체를 비판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 등 도킨스의 전작이나 이론을 읽은 후가 아니라면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전혀 없다. 특히 <이기적 유전자>만큼은 읽고 난 이후라야 맥그라스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오래 전에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지만 사실 처음에 너무 어렵게 읽어서 그의 이론을 반이나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도킨스를 비판한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도킨스의 이론의 모든 것이 제대로 와 닿았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이기적 유전자>를 다시 들춰보기도 했지만, 도킨스를 비판한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도킨스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도킨스는 알려지다시피 진화론자이자 무신론자이다. 그의 진화론을 관철시키기 위해 철저하게 무신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밝히는 도킨스의 오류 첫번째는 진화론이 곧 무신론이란 그의 이론에 대한 반박이다. 도킨스는 다윈주의 아니면 신 둘중 하나에만 절대 구분선을 두고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사실 진화론을 주장하는 유신론자도 많다는 사실이다. 이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윈은 과연 무신론자였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에 따르면 다윈이 전통적인 기독교적 신앙을 거부한 것을 사실이지만, 무신론을 수용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불가지론자였을 것으로 추론한다. 다윈주의의 진화론은 필연적으로 무신론적이라는 제안은 자연과학의 능력을 넘어서는 판단이며, 과학적 방법이 적용될 수 없는 영역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란다. 즉, 도킨스는 과학적 방법을 잘못 적용한 것이다.
신에 대한 문제는 결코 과학적인 방법을 토대로 작업해서 해결할 수 없으며, 도킨스가 말했던 '설명 가설로서의 신'의 논증에도 결함이 있음을 주장한다. 즉, 그 주장에는 도킨스 자신이 자연에는 없다고 주장했던 목적성을 가짐에 따라 그 논증의 결과는 실패라는 것이다. 또 도킨스의 주장에는 말로만 설계, 혹은 목적이 없을 뿐이지 실제로는 창조론에서 제기하는 목적성과 설계가 도킨스의 주장 속에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도킨스가 주장한 무신론의 근거를 부정하며,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을 통해 부정했던 신에 대한 비판 하나하나에 반론을 제기한다. 또한 무신론도 도킨스가 비판한 유신론처럼 다분히 폭력성을 띠며, 그 무엇보다 강제 주입적 성격을 띤다고 비판한다.
또한 <이기적 유전자>에서 제기했던 '밈(mim)'에 대한 이론도 조목조목 비판하며, 밈의 존재 여부에 대해 강한 불신을 나타낸다. 도킨스조차 무신론이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밈'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하며, '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도킨스는 '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신자와 똑같단다. 이 부분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최고로 황당하고 어이없게 웃을 수 있었던 즐거움을 주었다. 또 이 책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기적'이란 말 자체를 있을 수 없는 것이라 부정한다. '이기적'이란 것은 행동가능한 생물체에 적용되는 언어이고, 유전자 자체에 '이기성'이라는 속성을 부여하는 것은 인간중심적 사고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유전자 자체는 이기적일 수 없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새로운 논리나 이론을 기대했던 내겐 조금 실망이었다. 도킨스의 이론을 조목조목 비판하긴 했지만, 비판한 의견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나 주장하는 이론이 명확하지 않았다. 물론 비판은 필요하다. 하지만 비판이 비판에서 끝난다면 그것은 또다른 반목을 불러일으킬 뿐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 이책은 다소 차분한 어조로 도킨스의 이론과 논리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따진다. 다소 격양되어 흥분된 어투로 이것저것 마구 자신의 이론을 쏟아내는 도킨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도킨스는 일관되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확고한 논지가 있었다. 그 논지를 펼치기 위해 다소 감정적인 부분도 꽤 포함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도킨스를 비판한 것 외에 남는 것이 없었다. 단순한 비판이 아닌 다른 이론을 펼치는 책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