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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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라는 작품을 통해 에미와 레오의 풋풋하면서도 안타까운 이메일 사랑을 경험한 적이 있다. 얼굴도 모르는 남녀가 우연히 이메일을 통해 알게되고, 서로 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에 어느덧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이야기다. 하지만 온라인 상의 사랑을 이룰 수 없는 그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있었다. 에미는 가정이 있는 여자였기에, 그들은 현실로 다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나게 된다. 두 사람 에미와 레오를 생각하면 이런 결말이 아쉬움이 남았지만 만약 둘 사이가 이루어졌더라도 마음을 찜찜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에미에겐 에미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남편 베른하르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미와 레오의 사랑을 안타깝게 생각한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던지..작가는 속편 <일곱번째 파도>를 통해 이 둘 사이를 기어이 엮고야 말았다. 하지만 난 이 속편만큼은 공감할 수가 없었다. 전편에서 그들의 풋풋한 이메일 사랑에 잠시 설레이긴 했지만, 속편 이작품에서는 뻔뻔스럽게 자꾸 치근대는 에미가 정말 짜증났다. 가정도 있으면서, 또 그 가정을 쉽게 버릴 생각도 없으면서 보스톤으로 돌아가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레오를 끈덕지게 부추기고 흔들어 놓는다. 전편에서 그녀의 수다가 귀엽게 느껴졌다면 속편에서 그녀의 수다는 그녀의 이기적인 욕심이자 뻔뻔스런 도발이었다.

 

결국 두 남자가 모두 상처받았다. 레오는 진정으로 에미를 사랑했음에 분명했고, 에미 또한 레오를 사랑하였던 점에선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맺어지긴 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다른 형태로 그들이 만남이 이루어 졌다면 조금 느낌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소설 초반에 슬슬 생긴 에미에 대한 나의 악감정은 결국 소설이 끝나도 찜찜하게 만들었다. 이런 온라인 상의 사랑, 그리고 에미와 레오의 사랑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이 소설은 전편 그 자체로 마무리되었어야 옳다는 생각이다. 해피엔딩이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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