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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향기가 오감을 자극한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초콜릿이란 이미지는 단순히 단맛을 가진 어떤 것이라는 것 이외에 많은 느낌을 포함하는 것 같다.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움 감촉과 몸에서 엔돌핀이 솟아나는 듯한 활기를 느낄 수 있고, 그것을 주고 받는 사람들의 정감어린 사랑의 달콤한 향기까지 더불어 전해온다. 음식이란 것...단순히 미각, 후각을 느끼고 허기를 채우는 것을 넘어서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드는 마술같은 힘이 있는 것 같다. 바로 이책... 난 이 책을 통해 한편의 마법을 체험한 것 같다.
12가지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멕시코 요리가 등장한다. 장미 꽃잎을 곁들이 메추리 요리, 아몬드와 참깨를 넣은 칠면조 몰레, 칠레고추를 곁들이 테스쿠코식 굵은 강낭콩 요리...등등 책속의 티타는 특이한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한다. 양파를 다지고, 아몬드를 다글다글 프라이팬에 볶고, 칠레고추를 섞고, 크림을 튀긴다. 다지고, 볶고 튀기는 소리,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 또 요리하면서 흥얼거리는 티타의 달콤한 목소리와 춤을 추듯 움직이는 손짓과 몸짓... 그 느끼는 상상만으로 맛있는 음식 냄새가 피어오르고, 금새 목구멍에 침이 고인다. 꿀꺽~! 이 장면을 훔처보고 있는 남성은 식욕 이외에 또 다른 의미로 침을 삼킨다. 꿀꺽~!
음식을 하는 것과 먹는 것, 그리고 요리...그 자체는 바로 즐거움이고, 마법이며,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인 본능이다. 이 모든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버무려서 작가는 한편의 아름다운 요리 바로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는 헤르투르디스를 열정에 휩싸이게 해서 벌거벗은 채 남성의 품으로 뛰어들게 만들었고, 소꼬리 수프는 티타의 어릴적 추억과 함께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작품 속에서 요리는 남녀의 사랑의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티타 자신이 억눌려 있는 어머니와 가정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겐 한번도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는 멕시칸 요리의 맛에 대한 갈구로 주말 오후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괴로와해야 했다. 윽~ 내가 요리에 소질이 있으면 좋으련만... 책속의 요리들은 정말 그림의 떡이었다. 그나마 영화로 안본게 다행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직접 내눈으로 봤으면 그 괴로움을 더 했을 듯.... 또한 요리를 넘어 티타의 안타까운 삶과 사랑, 그리고 마법처럼 마무리된 옛이야기가 웬지 아련한 그리움같이 애틋했다.
꽤 비현실적인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도 내 마음 속에 깊이 남는 것은 역시...인간의 원초적 본능만큼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것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작품이 꽤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