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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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굉장히 담백하면서도 별 느낌이 없는 제목은 웬지 이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지 않았다. 물론 그저 좋은 사람의 의미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임팩트'가 전혀 없다고 할까? ㅎㅎ  요즘은 책을 고를 때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이나 표지에서 오는 강렬한 끌림도 내겐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줌파 라히리'라는 인도 출신의 작가가 웬지 관심이 갔다. 최근에 본 인도 영화 두 편(슬램독 밀리어네어, 블랙)이 내 머릿 속에 강한 인상을 남겼기에 인도 작품에 대해 뭔가 더 알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이책과 작가에게 동시에 완전히 빠져들어, 감동을 넘어 강력한 여운에 전율까지 느낀다.

이책은 사실 인도출신의 작가가 쓴 것이긴 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해서 인도 문학이라 분류하긴 참 애매하다. 타국(미국)에 사는 이민 2세의 여러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작가 또한 인도출신의 부모를 둔 이민자 2세였다. 이질적인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인도 2세들의 삶과 사랑을 담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방황이 주요 내용이다. 총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뒤에 나오는 3편은 각각 독립된 단편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전체를 이룬다. 아버지와 딸, 엄마와 딸, 부부, 남매, 연인, 친구 등 모두 밀착된 관계에서의 고민과 갈등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모두 기억에 남아 뭐 하나를 딱 끄집어 감상을 이야기 하기엔 내가 느끼는 감동의 여운이 너무 벅차다. 특히 마지막 세편의 <헤마와 코쉭>이야기는 책을 덮고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을 만큼 그 여운이 굉장히 오래갔다. 그 감동의 여운이라는 것은 사실 작품 속에서 흔히 느끼는 감격과는 좀 거리가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해피앤드라고도 할 수 없으며, 뭔가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갑갑한 여운이 남으니 말이다. 섬세함 속에 느껴지는 예리한  칼 같다고 해야할까? 굉장히 아픔이 왔다. 책을 덮고도 남는 강력한 여운은 바로 아픔을 포함한 감동이었다.

별 다섯개를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좋은 작품이었다. 줌파 라히리의 작품을 찾아 또 헤메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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