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그림처럼 -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미술관에 가서 여러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꽤 오랫동안 내 발길을 머물게 하며 시선을 끄는 작품들이 있다. 주로 그림 속에 아름다운 여인들, 한가로운 전원 풍경 그리고 풍성한 드레스나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역사 속 한 장면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그렇다. 그림 속에 나타난 인물들의 표정과 모습을 보며 그 당시 상황을 상상해보기도 하도, 아름다운 여인들의 자태를 보는 것도 즐겁다. 한가로운 전원 풍경은 마음을 굉장히 편안하게 만든다. 그림 속 세상은 역사의 흐름과 현재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도 담아내고 있다. 책과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상상만으로 난 그림을 보는 순간만큼은 자유롭고 편안해질 수 있다.

이 책 속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미술 작품을 보면서 한가롭게 눈과 마음을 좀 식혀볼까' 하고 고른 책이었지만 이 책은 작품 자체의 감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단순히 작품의 감상의 내용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그림을 통한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 한다. '당신도 그림처럼......' 그림 속 세상을 동경하며 그림에 나타난 일상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로움을 찾고, 자신있고 행복해지자라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귀스타프 쿠르베의 작품이다. 평소에 쿠르베 작품에 관심도 있었지만 그의 당당하다 못해 도도해보이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좋다. 이 외에 자화상이 여러 개 있다. 그리고 이 남자 꽤 잘생겼다. 삐딱하게 내려다보는 거만한 표정~ 실제로 쿠르베는 "내 그림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쿠르베 뿐이다."라고 직접 이야기할 만큼 최고로 불손했던 화가였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이야기한다. 오만해도 좋으니 자기 자신에게 당당해지라고.. 그리고 자기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사랑하라고...

다음으로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이다. 그림 속의 시계는 녹아 늘어져 흐느적거린다. 시계 위의 파리와 개미떼들은 인생의 시간을 갉아먹는 상징인지 생의 즐거움을 갉아먹는 상징인지 소름끼친다. 작가는 '시간은 시간일 뿐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시간이란 실체가 없는 그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눈금일 뿐인데 우린 왜 매일 닥달하며 시간에 얽매여 사는 것일까?

끝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다. 그림 속의 인물은 없고 파이프만 덩그라니 남겨진 빈 의자가 조금 슬퍼 보인다. 하지만 이 의자를 통해 우리는 고흐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내게 맞는 의자는 어떤 것인가?' 작가는 내가 앉아 있는 지금의 의자를 살펴보고 진정한 나의 의자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자고 한다. '내 의자가 과연 어떤 자화상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이 밖에도 많은 작품 속에 드러난 여러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고흐의 의자나 달리의 시계가 그냥 의자나 시계가 아니 듯이 그림 속에 나타난 사소한 소품 하나도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책, 영화, 노래, 역사 등을 통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하나의 작품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미술 작품을 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 책은 미술 작품 감상을 위한 책이 아니라 미술을 소재로 하여 삶을 이야기하는 에세이기 때문이다. 난 이 책이 에세이이기에 더 편안하고 좋았다.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의 순서대로 진행되는 구성도 편안했고..무엇보다 작가가 지향하는 '슬로우라이프'에 공감이 갔다.  

'이 말은 언뜻 한가하거나 게으르고 싶다는 의미로 들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자연의 속도에 맞추고자 하는 삶의 철학이 담긴 말이다.' <p.155>

 나도 이쯤에서 한박자 쉬어 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