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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명 사이코패스 -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이상인격자
로버트 D. 헤어 지음, 조은경.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이코패스'라는 말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몇년 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영철 사건을 비롯하여 수많은 연쇄 살인범들이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한 영화나 각종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한때는 그 용어 자체가 유행이 될만큼 우리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연쇄살인범의 90퍼센트, 폭력사범의 50퍼센트가 사이코패스란다. 또한 사이코패스가 출소 후 재범률은 80퍼센트에 이르며, 강력 범죄를 일으킬 확률도 40퍼센트로 다른 범죄자의 두배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사이코패스들이 특정 범죄자도 많지만 대부분은 우리와 함께 정상인의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이 책이 알리고자 하는 내용이다.
그럼 우리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사이코패스란 말인가? 참으로 당혹스런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세상에는 별의별 성격의 사람들이 많이 있다. 충동적이고 공격적이며, 자신의 성질을 참지 못해 매사에 신경질적인 사람들도 있고, 다소 교활하고 음흉하며, 거짓말을 밥먹 듯 하는 사람도 있다. 나 또한 굳이 따지려 든다면 그리 온화한 성격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들 모두를 사이코패스라고 단정짓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사이코패스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인 일이며, 전문가들이 지닌 기준표에 의해 정확한 실험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단다. 책을 읽는 나로서는 조금 더 명확한 기준을 알고 싶었지만 판단 자체가 조금 모호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가 정신분열증 같은 것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정신분열증과 사이코패스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일례로 우리는 연쇄살인범의 잔인한 행각을 지켜보며 '저런 짓을 하다니 정말 미친것이 분명해'라고 생각하지만,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경우 대부분의 사례에서는 그들이 미쳤다거나 제정신이 아니었다거나 하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현재의 정신의학적 분석에 의하면 사리분별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정신이상 살인범과 제정신 사이코패스 살인범을 구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도 과학적으로 계속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또 대부분 범죄적 성향을 갖고 범죄자가 되는 사람들은 사이코패스가 많지만 정작 사이코패스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기 때문에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더 많다고 한다.
사이코패스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충동적이고 과장이 심하며 자기중심적이다. 후회나 죄의식을 느끼지 않으며 자극을 추구하고 책임감이 없다. 거짓말과 속임수에 능하며 신체적 감정이 불완전하다. 다시말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느끼는 생리적인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공포를 느끼는 잔인한 일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인과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처음 봤을 때는 일반인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지극히 계산된 능력으로 일반인들의 약점을 정확하게 꽤뚫어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한다. 더 놀라운 것은 사이코패스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계층; 정치인, 사업가, 의사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들은 인간성은 매우 나쁠지 모르지만 탁월히 계산된 능력으로 약자를 밟고 일어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럼 사이코패스를 치료할 방법은 있는가? 또한 우리 사회에 사이코패스가 많다면 그들을 대처하는 방법은 있는가?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을 통해 이 두가지 물음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얻을 수 없었다. 불행하게도 사이코패스를 완치할 방법은 없다'라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사이코패스라는 자체가 그들의 결점이나 잘못된 점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치료 프로그램이 개발 연구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효과는 못본 것 같다. 사이코패스라는 것이 질병의 일종이라기보단 '사이코패스 자체라는 것이 애초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인간이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쉽게 이해될 것 같다. 또한 더 불행하게도 그들에 대비한 행동 방침조차 명확하지 않다. 그저 그런 인간들에게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정보와 실제의 예를 통해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스 인격체에 대해 충분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란 명확한 기준표를 제시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조금 이기적인 성격의 인간들을 자칫 사이코패스라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또한 어떤 해결책이나 대처 방법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얻은 정보들을 실제 사회에서 활용하거나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만 생긴다. 사회가 점점 개인주의 성향으로 바뀌어가고, 이기주의자들이 늘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이코패스라는 돌연변이적(?) 인격체가 우리 인간사회에 점점 생겨나는 것 같다. 참으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