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
신예희 글.그림.사진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그건 다름 아닌 나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많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또 조금 배가 고프면 참지 못하고 군것질꺼리를 찾는다. 울 엄마는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까지도 군것질을 입에 달고 사냐고 잔소리하시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입 안에 뭔가를 씹고 있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겉보기에 조금 호리호리하고 까칠하게 보이는 외모라 먹는 것에 꽤 까탈스러울 것 같이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내 또래 여성들에 비해 확실히 밥도 많이 먹는다. 식당에서 밥퍼주는 아주머니가 내 얼굴을 쓱 한번 쳐다보고 조금 밖에 안퍼줄 땐 화가 나기도 한다. 이것저것 식판에 수북히 담아오면 옆 직원들이 물어본다 '혹시 아침 안드시고 왔어요?' ㅠ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먹어도 먹어도 그다지 살이 많이 찌지 않는 축복받은(?) 체질 덕분에 지금까지 뚱뚱하단 소리 한번 안듣고 최소한의 몸매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을 전혀 안하니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배는 어쩔 수 없다. 평소엔 배나오는 것도 그다지 신경 안썼었는데.. 이번에 해변으로 여행을 가다보니 비키니 입는 일이 꽤 부담스럽게 느껴졌다.ㅋ 배좀 들어가게 한다고 주위에 널려있는 수많은 먹거리들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이 동네 아는 사람도 없고 한국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긴 했지만 대부분 나보다 더 배가 많이 나온 유럽여자들 뿐이어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먹는 이야길 하다보니 똥배 얘기까지 넘 길어졌다.ㅋ 이 책은 내 또래의 한 여자가 몇개국을 두루 여행하면서 즐겼던 수많은 먹거리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음식 문화와 함께 침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맛깔나는 음식 사진들은 나의 허기진 배를 더욱 고프게 만들었다.

나 또한 몇개국 나라를 여행해봤지만 눈으로 그 나라의 정취를 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음식을 직접 맛보는 일이다. 외국 나가서 며칠 생활하다 보면 한국사람으로서 당연히 매콤한 고추장이나 김치, 구수한 된장찌개가 그리워지게 마련이지만, 난 그 욕구를 되도록 꾹 참고 그 나라에 있는 동안은 그 나라의 음식을 즐겨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안넘어가는 빵을 며칠 째 꾹 삼키는 일이나, 알 수 없는 이상한 향신료로 버무린 냄새만 맡아도 욱! 하고 올라오는 음식들을 먹는다는 것은 어떤 때는 차라리 안먹고 말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이런 음식도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억지로라도 먹게 되더라. 억지로 먹다보면 나중에는 조금 익숙해지게 된다.

이번 태국 여행이 좋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먹거리였다. 일단 동남아는 각종 과일이 풍부해서 과일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또한 시장이나 길거리에 널린 음식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다 먹고 다녔다. 소위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에 가면 노천에서 파는 음식은 구경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널린게 음식이었다. 가장 맛있었던 것은 바나나 팬케이크와 닭꼬치구이, 바나나잎에 싼 우리나라 약식같은 밥, 태국식 야채 국수, 태국식 매운 오뎅 같은 것들이었다. 뭔가 그 나라말의 정확한 이름이 있을텐데..다 모르겠다.;; 분위기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먹는 일도 즐겁지만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먹는 일은 더 즐겁다. 태국 음식들은 웬지 내 입맛에 잘 맞았다. 수끼는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즐길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이고, 태국식 이상한 향신료와 소스의 국물을 들이마셔도 전혀 역한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노천에 깔린 음식을 아무거나 집어먹는 다는 것은 자칫 설사병이나 식중독의 위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 책속에 그녀가 먹어 본 음식 중엔 내가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 모르는 것들이 더 많았다. 같은 나라를 여행했어도 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음식들을 그녀는 다 즐기고 다닌 걸 보니 내심 부럽기도 하고, 어떤 나라를 여행하기에 앞서 난 그 나라에 대한 사전 정보나 준비가 한참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또한 먹을 때마다 그녀는 어쩜 음식 사진도 그렇게 예쁘게 많이 찍었는지 모르겠다. 난 일단 먹는 데 급해서 사진은 찍어 둘 생각도 별로 않하는데.. 이 책을 통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먹거리 정보를 얻게 되어 다음 여행 때는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먹는 일을 좋아하는 내겐 더 없이 즐거운 책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너무 먹거리 위주로만 설명이 되어 있다보니 왜 그 음식을 먹게 되었는지. 누구와 어떤 여행을 통해 그 음식점에 가게 되었는지 등 전후 사정 이야기도 조금 곁들였으면 더욱 흥미롭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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