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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1년 9월
평점 :
요즘엔 고전 문학에 갑자기 흥미가 생겨 몇권의 책을 찾아 읽는 중이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이젠 제법 '문학을 좋아한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학창 시절 때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문학과 국어였고, 그래서 시험에 필수로 읽어야 할 최소한 몇 가지의 책을 제외하곤 거의 문학 작품이란 것을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유명한 한국단편집 같은 것들도 거의 읽지 않았고 소위 세계문학전집에 속한 책들도 거의 읽지 않았다. 지금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모두 읽지만, 웬지 내겐 문학의 기본 바탕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손에 들었다. 4대 비극 작품이라면 너무나 유명해서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줄거리 정도는 알 수 있었는데, 네 작품 중 <오셀로>는 조금 생소했다. 한간에서는 이 작품을 4대 비극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한다고도 하더라. 비교적 분량이 많지 않았고. 희곡 작품이었지만 며칠 전 파우스트를 힘겹게 읽고 났더니 이 작품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역자의 장황한 서문부터 나왔는데, 줄거리와 내용이 서문에서부터 너무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것이 내겐 안타깝게도 작품의 재미를 확 떨어트리는 역할을 했다. <데스데모나가 억울하게 목졸려 죽는 장면은...>이란 구문을 읽자마자 '오 이런;;' 하며 못 볼걸 본 듯이 책장을 뒤로 휙 넘겨버렸다. 비극적인 내용이란 건 알았지만 이런 중요한 결말은 미리 알면 재미가 없는 것을...(하여간 남들은 다 아는 유명한 줄거리를 모르는 무식한 나를 탓해야겠지..;;)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남자의 질투심이다. 오셀로의 질투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자신도 자결하여 죽는 것으로 끝난다. 오셀로는 무어인이로 나이 많은 흑인이고, 데스데모나는 귀족의 딸로 백인이다. 결혼 때부터 신분과 인종의 차이로 많은 갈등을 겪었지만 오셀로에 대한 데스데모나의 지극한 사랑으로 결혼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복수를 꿈꾸는 오셀로의 기수 이아고의 간계와 농락으로 데스데모나의 사랑을 의심하고 결국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도 죽는 안타까운 결말로 치닫는다. 줄거리의 핵심 악의 축'인 이아고의 복수 역시 따지고 보면 질투심이다. 상관 오셀로와 카시오를 해하려는 이유가 단순히 부당한 대우에 대한 복수심이라기보다 그들이 자신의 아내와 놀아났다는 풍문에 대한 분노가 복합적으로 폭발하여 모든 상황을 극단적인 살인으로 몰고가는 계기를 만든다. 남자의 질투심은 참 무섭기도 하다.
여기서 내가 의심이 가는 것은 과연 그 남자들 특히 오셀로가 진정으로 데스데모나를 사랑했냐는 거다. 질투심으로 눈이 멀었더라도 그렇게 경솔하게 상대의 말도 듣지 않고 바로 죽일 수가 있느냐는거다. 그것도 정말 사랑했다고 믿었던 여인을... 그녀를 믿지 못했던 것이고, 그녀를 사랑한 자신 또한 믿지 못했던 것이고, 결국 자신의 나약함이 상대도 죽이고 자신도 죽음으로써 끝내버린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인종적, 신분적, 나이차 등 모든 것에 대한 열등감도 동시에 작용하였을 것 같다.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했다면 사랑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끝까지 그녀를 지켜줬어야 했다. 오셀로에겐 그 확신마저 없었던 것이다. 주위의 환경과 계략에 휘둘려서 줏대없이 왔다갔다하고 또 경솔하기까지한 오셀로란 남자가 솔직히 좀 짜증났다. 끝까지 서로의 사랑을 믿고 함께 죽음을 택했던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느낌이 너무나도 달랐다.
결국 가장 안타까운 비극은 사랑도 질투도 아닌 인간의 나약함이였던 것이다.
어쨌거나 이 작품이 세기의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비극적 결말에 있는 것 같다. 오셀로에 대한 못마땅함 때문에 읽는내내 불편한 작품이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도 공연으로 직접 감상하고 싶다. 더불어 셰익스피어의 나머지 세 작품도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