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경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작품이었지만 그 방대한 분량과 쉽지 않은 내용의 압박으로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괴테는 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무려 57년이란 세월이 들었다. 정말 굉장한 시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에게 위대한 철학자라로 이름을 남긴 그가 평생을 공들여 완성한 작품을 단 3일만에 읽은 나에게 그의 작품에 대해 이러저러한 감상을 쓴다는 자체가 주제넘고 무리한 일인지도 모른다. 솔직히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진정한 속뜻은 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작품 속엔 괴테가 가지고 있는 신화적, 철학적, 문화적, 역사적 모든 지식이 방대하게 녹아 들어 있었다. 특히 그리스로마 신화, 일리아드와 오딧세이 등에 나오는 수많은 캐릭터들은 작품을 읽는 내내 꿈 속에 빠져 든 것처럼 매우 판타스틱했다.

파우스트란 작품을 책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파우스트가 내게 아주 생소한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었던 난, 여러 작곡가들의 음악 속에 묻어 있는 파우스트에 대해 간접적으로 접해본 적이 있다. 파우스트'란 소재는 음악가들에게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나 보다. 말러, 리스트, 슈베르트, 베를리오즈 등 유명한 작곡가들은 교향곡, 오페라, 가곡, 피아노 등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특히 리스트의 피아노곡과 슈베르트의 가곡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들의 음악을 통해 파우스트를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작품의 분위기나 느낌 같은 것들은 어렴풋하게 남아 이 작품을 직접 읽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의 비극]에서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고 악마에게 영혼을 넘겨버리는 파우스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식탐구에의 만족을 모르는 파우스트는 인간의 힘으로는 천지만물의 근원을 탐구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게된 것이다. 악마의 유혹으로 온갖 향락과 관능의 세계에 빠지지만 그레첸이란 여인과의 비극적 사랑이야기가 1부의 주요 내용이다. 비극의 결말로 그레첸은 감옥에 갇히고 죽음을 눈앞에 두지만 결국 신은 그레첸을 구원한다.

[2부의 비극]에서는 헬레네와의 사랑 이야기도 나오지만 단순히 남녀의 사랑을 넘어 전쟁, 간척 사업 등 사회적 사건으로 확장된다. 메피스토펠레스와 합심하여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신들과 천상과 지옥을 넘나드는 복잡한 전개가 이루어진다. 세월이 흘러 파우스트도 나이를 먹고 우수의 여인으로부터 눈을 잃은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된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으로 영혼을 악마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했으나 결국 신의 구원을 받고 이 작품을 끝을 맺게 된다.

고뇌하는 인간이 악마와 결탁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고 결국은 신에게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결국 본인의지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향상하는 한 인간상을 제시하여, 그런 인간이라면 구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에게 있어 끝없는 탐욕과 지식욕만이 아닌 신의 경지에까지 이르려는 자아실현의 욕망을 보여주며, 이것은 마치 괴테 자신이 갈망하는 욕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인간은 끊임없이 방황하며 살아간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방황하는 인간 속에 내재된 또다른 인간의 일면일 수도 있다. 인간을 방황하게 하며, 고통과 불행을 선사하고 수많은 유혹에 시달리게 만드는 존재... 그 악마 때문에 고통도 받고 방황도 하지만 결국 그 악마를 이겨내고 인간 본연의 의지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것...  노력하는 인간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것이 바로 파우스트가 추구하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의 세계의 귀한신 분이 악에서 구원을 받았습니다.
"언제나 노력하며 애쓰는 자를 우리는 구할 수가 있습니다." <p.570>


익숙치 않은 희곡장르와 마치 산문시같이 길게 연속되는 장황한 대사...게다가 내용만큼이나 엄청나게 달려있는 *해설과 역주.. 모든 것들이 결코 이 책이 쉽지 않음을 느끼게 했다. 매번 역주와 해설을 넘겨 읽는 것이 작품을 읽는 흐름에 방해가 되어, 모든 해설을 찾아 읽어보지는 못했다. 따라서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앞으로 몇번은 다시 읽어봐야할 것 같다. 또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의 공연을 직접 보고 싶다. 장면의 연출과 긴 대사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하다. 이 작품은 희곡이므로 당연히 공연을 통해 본다면 훨씬 더 이해가 쉬우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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