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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놀이터에서 같이 흙장난을 치며 놀던 소꿉친구가 생각났다. 초등학교 때 전학을 가는 바람에 소식이 끊겼다. 학교다니고 졸업하고 취직하고 이십년 이상이 흘러버려 잊고 지내던 그 친구가 문득 그리워졌다. 아마 어딘가에서 결혼해서 잘 살고 있겠지...그 친구의 못생겼지만 귀여웠던 뭉툭한 코가 그립다. 아마 길가다 스쳐 지나가게 되더라도 서로 몰라볼 정도로 세월이 지났다. 우린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다.
상뻬의 글을 읽고 진정한 우정이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마르슬랭은 그 외모 때문에 친구를 사귈 수 없었다. 그는 혼자 노는데 익숙해졌지만 그렇게까지 불행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얼굴이 왜 빨개지는지에 대해 궁금해했을 뿐이다. 어느날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는 르네를 만나게 된다. 르네 또한 자신의 처지를 그렇게까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서로의 처지를 잘 이해하는 그 둘은 친구가 된다.
마르슬랭은 감기에 걸릴 때마다 그의 친구처럼 기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흡족해 했다. 그리고 르네 역시 햇볕을 몹시 쬔 어느 날, 그의 친구가 가끔씩 그러는 것처럼 얼굴이 빨개져 버린 것에 아주 행복해 한 적이 있었다. <p.62>
서로의 컴플렉스를 마음깊이 나누고 사랑하는 그 둘의 우정이 너무나 마음깊이 와 닿았다.
하지만 어느날 르네가 이사를 가버려 그 둘은 헤어지게 된다. 세월은 흘러 어른이 되었지만 마르슬랭의 얼굴은 여전히 빨갰고, 르네의 재채기 역시 변함이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또 다시 예전처럼 우정을 쌓는다. 그들의 우정도 변하지 않았다. 단지 변한 것은 그들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했다는 것 뿐.....
비록 지금은 헤어져 소식을 모르지만 그 친구의 추억 속에 어린 시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친구들에게 기억되고 있을까 참 궁금하다. 어릴 때의 나는 매우 조용하고 소심한 아이였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약해서 나란 존재가 잊혀졌을 수도 있겠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길 원하는 마음은 나만의 이기적인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따라 옛날 생각이 많이 너무 많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