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곱추에 심한 불구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천대받는 바르톨로메라는 소년이 있었다. 그의 가족조차 그를 부끄러워하며 그의 존재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 후안은 마르그리타 공주의 마부로 일하면서 그의 가족이 모두 마드리드로 이사하게 된다. 불구 아들을 부끄럽게 여긴 아버지는 그를 아무도 못알아보도록 나무괴짝에 숨겨 이동한다. 집안에서도 골방에 갇아 두었다. 그의 삶은 정말 감옥과 같았다. 한 인간의 인격이란 것이 그것도 보호해주어야할 아버지로부터 이렇게까지 취급받아도 되는 것인가..바르톨로메가 너무 불쌍했다. 아무리 아버지라지만 괴물같은 아들에게 인정을 베풀어주기에는 어려웠나보다. 아버지의 가혹한 처사에도 불구하고 바르톨로메는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착한 아들이 되기 위해 순종했다. 그리고 글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연한 사고로 마르그리타 공주 눈에 띄게 되고 공주는 그를 그녀의 장난감으로 궁전에 들이게 된다. 개의 옷을 입히고 얼굴도 갈색으로 칠하고 네발로 기면서 짓어야하는 훈련을 받는다. 바르톨로메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개로서의 가혹한 삶이 시작된 것이다.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해 질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분별력이 없는 어린 공주는 그렇다치더라도 공주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한 아이를 개로 만들어버리는 주위 시종들의 행위는 정말 치가 떨리도록 가혹하고 미웠다. 인간이란 존재는 무섭다. 세상에는 아직도 약한자를 학대하고 짓밟는 무리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가 유일하기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은 그를 개로 분장하기 위한 벨라스케스 화방이었다. 화방에서 일하는 안드레스만이 그를 유일하게 편하게 대해주는 벗이었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빛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색의 향연에 감탄했고, 한 사물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색들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알았다. 그림을 통해 바르톨로메는 자신의 어두운 겉모습 속에 숨어 있는 환한 빛의 희망을 찾게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게되고, 그 열정을 향해 새로운 의지를 갖게 된다. 벨라스케스는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열정과 곧은 의지를 갖고 있는 소년의 영혼을 개의 껍질 속에 그려넣었다. 그것이 바로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이다. 불구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인간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인간이 되고자 노력했던 바르톨로메였지만...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외형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간직한 '열정과 의지'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빛나는 영혼을 갖고 있는 자만이 정말 아름다운 인격, 인간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 이하의 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해 주는 작품이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난 무엇보다 그림 하나에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더 놀랍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