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다섯 남녀가 유럽에 갔다
배재문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내 삶에 있어 꿈이 있다면 세계를 두루두루 돌아다녀 보는거다. 그러면서 여행 기록을 하나씩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그 기록들을 모아서 책을 내는거다.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잘 팔리면 그 돈으로 또 세계를 돌아다니는거다. ㅎㅎ 참 꿈도 야무지다. 이런 에세이를 읽고나면 몸서리치게 부럽고 떠나고 싶어진다. 물론 여행을 다니기엔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소한 핑계에 불과하고 정작 내게 필요한 것은 용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솔직히 부러운 거다.

여행을 하는데 있어 무슨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겠느냐 마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며칠 또는 몆주일 간의 짧고 벅찬 일정으로 휙 돌아오는 여행이라기보다 몇달 정도 여유를 두고 한곳에 오래 머무르면서 그곳의 정취와 문화를 직접 내몸에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은거다. 하지만 그것은 회사에 묶여 있는 나같은 직장인들에겐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막말로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거다. 실제로 주위 친구들 중에 직장을 그만두고 베낭하나 메고 그렇게 훌쩍 떠난 친구들도 있다. 지금은 그네들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지만 나도 언젠가 그렇게 떠날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믿는다. ^^

모르는 다섯남녀가 자동차 유럽여행을 떠나다...여행은 이렇게 갈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새삼 생각했다. 늘 바쁘다는 친구들끼리 일정 맞추고 시간맞추다가 정작 계획만 세워놓고 틀어진 여행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난 예전부터 줄곧 엄마와 함께 많이 다녔다. 엄마 또한 여행을 좋아하시고, 엄마와 같이 다니면 오히려 내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B군은 유럽 여행을 생각하고 같이 갈 멤버를 인터넷 동호회 같은 데를 통해 구한 것이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렇게 다섯남녀가 모인 것이다.

2007년 겨울 얼굴도 서로 모르는 이들이 공항에서도 어렵게 만나고 또 일부는 유럽 현지에서 한명씩 합류하면서 자동차를 랜트해서 여행을 한다. 자동차 여행을 하면 짐을 들고다니는 수고도 덜고 여러모로 이로운 점이 많단다. 물론 장단점은 있다. 37일동안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를 도는 일정이었다. 접촉사고를 내고 여권을 잃어버리고 가방을 도난 당하는 등 많은 수난(?)을 겪었지만 그들은 여행을 통해 서로 우정을 쌓고 하나하나 좋은 추억을 만들어간다.

그들의 만남에서부터 사소한 다툼까지도 모두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어서 내가 그들 멤버 속에 끼어 있는 것처럼 실감났다. 그래서 비교적 글이 많고 정작 글 속에 표현되어 있는 사진은 너무 작게 보여준 점들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그들이 다닌 코스와 일부 여행지는 나의 지난 기억과 겹쳐져 그때의 즐거웠던 일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특히 프랑스의 에펠탑 이야기와 피렌체 두오모의 코폴라 이야기는 나또한 같은 경험을 했었기에 더욱 인상깊었다. 그리고 부러웠던 일정은 스위스에서의 스키와 주인공 B군이 일행과 따로 떨어져 돌아본 코모' 그리고 그들이 달렸던 아름다운 해변 니스'다.

그들은 겨울에 여행을 떠났지만 난 그들과 같은 해 여름 이주일 일정으로 그곳을 돌고왔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스위스는 그들의 여정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들은 추위에 떨었지만 난 정말 뜨거운 태양아래 내 살이 이글이글 타는 더위 속을 헤매고 다녔다. 특히 로마에서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기온 속에 그 넓은 곳곳을 두발로 걸어서 돌아다녔던 말그대로 '개고생'은 잊을 수 없다. 이주일의 짧은 일정과 성수기 시즌으로 인한 붐비는 관광객 그리고 타는 듯한 더위였지만 내 생애 처음으로 밟은 유럽땅이라 아직도 그때의 여운을 잊을 수 없다. 너무 짧은 일정이라 아쉬운 마음 뿐이다. 다음에 내가 유럽땅을 밟는다면 이주일보다는 조금 여유 있는 일정으로 또 그들과 같은 자동차로 한번 달려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다시 강렬한 여행의 유혹에 빠졌다. 그래서 나의 여름 휴가계획을 생각했다. 이번에는 오래간만에 동남아로 가볼 생각이다. 눈부신 태양과 아름다운 해변 특히 열대과일의 향기가 그립다.

아 ~ 여행이란 것, 생각만으로도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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