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몇년 전 <십이국기>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소설 속의 독특한 세계관과 사상에 매혹되어 한동안 십이국기의 후유증에 깊게 빠졌었다. 현재 국내에 11권의 소설이 나왔고 아직 완결이 안된 내용이라 하루빨리 소설의 끝을 보고 싶지만 당분간은 무리한 기대가 아닐까 싶다. <십이국기>를 통해 <마성의 아이>란 책을 알게됐다. 작가 오노 후유미씨가 십이국기를 구상하기 전에 이미 <마성의 아이>란 작품을 완결하였다. 십이국기 중 3,4 권에 이르는 내용 일부가 <마성의 아이>란 소설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았지만 그당시엔 이미 절판되었더라.. 그런데 최근에 다시 이 책이 재출간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구입하여 읽었다. 

<십이국기>는 12국가에 12왕, 그리고 12기린, 봉산, 요마 등이 나오는 독특한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방대한 스케일은 아직도 끝이 안났다. 12국가에 이르는 일들과 그에 따른 각각의 어마어마한 에피소드들은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구상할 수 있을까'라고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다. <십이국기>라는 소설을 먼저 모두 읽었기 때문에 <마성의 아이>란 책을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독특한 세계관의 배경을 이미 다 파악하고 난 후라 처음부터 어렴풋이 결론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성의 아이>란 책을 결코 싱겁게 읽은 것은 아니다. 호러와 쓰릴 그리고 판타지를 적절하게 혼합한 내용은 이 더운 여름날의 늘어지는 시간을 긴장과 흥미로 금새 지나기게 만들었다.

<마성의 아이>에 나오는 주인공 고등학생 다카사토는 어릴 때 가미카쿠시(어린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의 경험이 있다. 1년만에 다시 되돌아왔지만 1년동안의 기억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다카사토는 말이 없고 모범생인 소년이지만 무표정한 얼굴의 남들의 시선을 끄는 기묘한 느낌을 가진 소년이다. 그는 늘 혼자였는데, 주위 친구들은 그를 무시하여 왕따를 시킨다기보다 '재앙을 가져온다'며 두려워하며 경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다카사토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드는 일을 한 경우의 사람들이 모두 다치거나 죽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했고, 다카사토에게 좋은 의도로 충고를 하는 사람들 조차 하나씩 죽어나갔다. 다카사토의 가족들도 그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학교에서도 그를 거부했다. 이때 그를 이해하고 마음으로 신경써주는 히로세라는 교생이 있었다. 히로세는 다카사토를 보호하며 여러가지 기묘한 사건들의 전말을 파헤쳐 간다.

사실 예전에는 추리소설류는 즐겨 읽었었지만 판타지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책이든 영화든 현실과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감동도 받고 깨닮음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판타지는 말그대로 현실과 동떨어진 '뻥이야기'이며 굉장히 유치한 것이라 여겼었다.  그땐 정말 판타지의 진정한 매력을 몰랐었을 때였다. 그리고 나의 정서가 그만큼 메말랐었으며, 나의 상상력이 부족했었던 것임을 느낀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갑갑함을 느낄 때, 그리고 뭔가 독특한 체험을 느끼고 싶을 때 판타지만큼 좋은 탈출구는 없다. 단순한 상상이야기를 넘어 그 속에도 독특한 철학과 깨닫는 메세지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나름 판타지류도 즐기고 있다. 그래서 그토록 경멸하던 애니메이션에도 빠져 있다. ㅎㅎ

<마성의 아이>와 <십이국기>..어떻게 보면 두 소설이 서로 연결된 듯이 보이지만 조금 다르다. <십이국기>가 저쪽세계의 이야기라면 <마성의 아이>는 이쪽 현실세계의 이야기다. <마성의 이야기>와 <십이국기> 두 소설 중 어떤 것을 읽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십이국기>가 좀더 판타지하고 <마성의 아이>는 조금 호러 이야기에 가깝긴 하지만.. 여기 쓰여진 내용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간다면 두 소설 모두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무더운 여름날 더위에 지친다면 이런류의 소설로 기분전환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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