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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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을 즐겨 읽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들 만큼은 내게 그다지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나마 그녀의 작품들은 그다지 두껍지 않아서 가볍게 읽고 넘겼었는데 이 작품은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이었다. 요즘 특히나 독서에 목마른 난 어떤 책이라도 닥치는 대로 읽을 준비가 되어있고 그 읽는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고는 있지만 이 책만큼 나의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책도 간만이었다. 중간에 책장을 덮고 다른 책으로 바꿔 읽고 싶은 심정을 애써 누르며 끝까지 다 봤다.

암리타' 제목 자체에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 바로 이 책 전체의 느낌이 그렇다. 주인공 사쿠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그녀의 가족이야기다. 초반부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사쿠미는 엄마와 배다른 남동생 요시오,사촌 여동생, 그리고 엄마 친구랑 함께 산다. 평범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이지만 이들의 일상의 이야기는 별다른 사건 없이 잘 이어지고 있었다. 단지 여동생이 오래전에 죽었고, 현재는 여동생의 남자친구였던 류이치로와 사쿠미가 사귀고 있다. 뭐 이런 이야기는 일본 소설에서 흔한 이야기라 그냥 넘어가졌다.

이야기가 어느 순간부터 비현실적인 일들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사쿠미 주변에 온통 비현실적인 사람들 이야기가 새롭게 진행되었다. 마치 무슨 오컬트 소설을 새로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생 요시오가 다른 사람 내면의 감정을 읽어내거나 미래의 일을 조금씩 예견하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렇게 동생 요시오를 통해 알게된 주변 사람들, 그리고 류이치로와 여행하면서 만난 다른 사람들 모두 평범함을 훨씬 넘어선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난 이때부터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소설이 물론 작가만의 가상세계의 공간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서 그런 초현실적인 일들이 어떻게 이런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연결되는지..적응하기 힘들었다. 물론 애초부터 천사나 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무의식과 의식을 왔다갔다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알고보니 요시모토 바나나는 자신이 신비주의자로 자처하며 그녀의 소설 속에 그런 내용들을 자유롭게 구현시켰다고 했다. 어쨌든 주인공 사쿠미는 그런 초현실주의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많은 일들을 겪으며 소설의 내용은 조용하게 진행된다. 결말 역시 그냥 흐지부지 마무리된다. 몇년이 흐른 후 동생 요시오는 그런 초현실적인 예견들을 조금씩 상실하고 평범한 중학생이 되었다는 것과 사쿠미는 여전히 죽은 동생의 남친이었던 루이치로와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나 반전을 기대했던 나는 조금 실망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에 대한 비판적인 편견이 있어서인지 이 책도 그다지 관대하게 내 자신에게 흡수되어 동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난 아직 미쳐 읽어보지 못한 그녀의 작품들을 몇권 더 갖고 있다. 물론 또 꺼리지 않고  즐겁게 다른 작품 속에 몰두하게 될 것이다. 아직 그녀나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한 나의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조금 더 다른 작품들도 관심 있게 읽어 본 후 다시한번 이 작품을 읽게 된다면 그땐 또 다른 생각으로 그녀의 작품 속 세계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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