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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은 아이없이 어른들끼리 동물원에 가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지만 난 아직도 동물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꽉 막힌 서울의 답답한 도시 속에서 그나마 쫌 탁 트인 공간을 맞볼 수 있는 곳이 과천 대공원이다. 그래서 종종 친구들과 그곳에 간다. 들어가서 맨처음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홍학...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다. 그리고 쫌 더 가면 기린과 코끼리가 나오고 쭉 올라가서 보고싶은 곰까지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곰앞에서는 갈때마다 꼭 사진을 찍는다. ㅎㅎ 귀여운 동물이다.
<동물원에 가기>.. 제목에 이끌려 고른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집인데 사실 동물원 이야기는 매우 짧게 지나간다. 동물들 이야기를 하면서 다윈과 플로베르의 말을 인용한다. 역시 그 답다.^^이 책은 주변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것들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이것저것 정리해 논 책이다. 다소 어려운 인문이나 철학적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난해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에 <불안>을 조금 어렵게 읽어서인지 이 책은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읽혀졌다. 실제로 <불안>에서 자세히 나왔던 인문 속 인용들이 이 책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으면 그가 갖고 있는 철학과 예술적 지식에 대해 감탄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으면 이런 수많은 인문들을 알고 인용할 수 있는 걸까? 그의 지식 체계는 나의 지식 수준이 그에 훨씬 못미쳐서인지 굉장히 이해하기도 난해하다.
그래도 이 책은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무엇보다 얇고 가벼운 책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게 본 단원은 맨 처음 나오는 '슬픔이 주는 기쁨'이라는 제목으로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에 나오는 여러 정경들을 이야기한다. 호퍼의 그림들은 잠시 지나치는 곳과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우리 자신 내부의 어떤 중요한 곳, 고요하고 슬픈 곳, 진지하고 진정한 곳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 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벽에 걸어야 할 것은 쓸쓸한 도로변 휴게소 그림인지도 모른다."<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