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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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통브는 외교관의 아버지를 둔 덕에 어릴 때부터 아시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았다고 한다. 특히 오래살았던 일본은 그녀에게 더욱 친숙한 나라이다. 그녀의 몇몇 작품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속에는 그녀가 바라보는 일본이나 아시아 나라에 대한 시각이 곳곳에 묻어있다. 일본을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그녀는 오히려 일본과 가까운 동양인인 나보다 일본을 더 잘 이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서양인으로서 느끼는 문화적 관점의 차이는 같은 동양인으로서 느끼는 나의 관점과 비교하면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저건 서양인으로서 보는 편견같은 거야'라고 느껴지며 좀 언짢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목숨을 구해주면 상대방이 부담스러울 만큼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기 때문에, 누구든 절대로 목숨은 구해주지 않는다는 일본의 오랜 전통에 충실한 나머지, 가만히 서서 나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p.86>] 外
하지만 이런 면은 오히려 내가 그녀의 소설 속에 몰입할 수 있는 흥미를 일으켰고, 톡톡튀는 개성있는 문체와 세상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철학은 노통브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내가 그녀의 소설 속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 책 또한 일본을 배경으로 외교관의 아버지를 둔 세살짜리 아기의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노통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발판으로 구상하지 않았나 싶다. 이 아기는 자신을 '신'이라 믿으며 자기 자신을 스스로 찬양하며,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주위의 모든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조롱한다. 물론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은 세상을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이 아인 상상을 초월할만큼 영악하고 발칙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 세살짜리 아이가 아니라 이 책 그리고 노통브 자체가 영악하고 발칙하다.

"아빠! 엄마!"
엄마가 자신에게 이런 바보 같은 흉내를 내보라고 한다는 사실에, 그는 화가 났다.
그러니까, 엄마는, 상대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얘긴가? 언어의 주인이 누구인가?
다름아닌 그였다. 결코 '엄마','아빠'를 따라하는 비굴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복수의 의미로, 그는 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아주 흉하게 울었다. <p.32>

내가 세살이었을 때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아마 여느 아기들처럼 울고 웃고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을 것이다. 가끔 어린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저 아기는 지금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세살 짜리 아기의 눈을 통해서 본 세상...그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유쾌했다. 재밌다.

사람들은, 한살 먹은 아이에게 걷고 싶은 마음에 없다는 생각을 용납하지 않는다. 
인간이 두 발로 걷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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