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당신 실수한 거야! - 진화에 맞선 동물들의 유쾌한 반란
외르크 치틀라우 지음, 박규호 옮김, 루시아 오비 그림 / 뜨인돌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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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 리차드 도킨스 박사의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후대에 유전자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궁극적으로 어느 정도는 다윈의 진화론을 따르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여러가지 예외적인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비판을 한다. 그렇다고 창조론을 옹호한 책은 아니며, 진화론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여러 가지 증거들을 제시한다. 그 대표적으로 진화 최대의 오류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 흥미로웠으며, 다양한 생물의 생태를 통해 하나하나씩 그 비판의 근거를 설명한다.

다윈의 진화론의 내용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의 생물들은 적응전략을 갖춘 개체만이 살아남는 선택과정의 산물이며, 적자생존' 자연선택설'의 원칙이 핵심이다. 하지만 그 핵심은 인간만 봐도 금새 오류임이 드러난다. 인간이 오로지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행동했더라면 도덕, 철학, 미술, 음악, 종교처런 비자연적인 현상은 물론이고 의료보험 같은 사회제도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인간은 신체적으로도 열등한 존재이고 번식도 쉽지 않으며, 해부학적으로도 실패작에 가깝다. 또 인간과 인간의 뇌는 스스로는 물론 지구 전체까지 파멸로 끌고 갈 수도 있는 괴이한 파괴 충동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은 절대로 진보가 아니라 진화의 이태로운 유희이다.

인간 이외에도 자연에는 진화론의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는 수많은 생물들이 실제로 많이 존재한다.
고래가 바다라는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파란색을 구별하는 일이 필수일텐데도 고래는 파란색을 식별하는 능력이 없다. 진화학적 견지에서 이것은 결함이다. 또 유칼리 나무잎만 먹는 코알라는 진화에 퇴행하는 생물이다. 유칼리 나무잎은 영양가도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소화시키기에도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 이런 영양가 없는 잎을 소화시키기 위해 많은 열량을 소모하는 코알라는 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잠자는데 보낼 뿐 다른 일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죽순만 먹는 판다도 마찬가지다. 인상적인 숯사자의 갈기는 이 동물을 벼룩상자로 만들 뿐 사냥이나 번식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갈기가 암사자를 끄는 데 자극제가 된다는 사실은 옳지만 그것은 갈기의 양이 아니라 색이 검은색쪽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검은 갈기의 숯사자를 아버지로 둔 새끼 사자의 경우 생존률이 오히려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짝짓기와 종족보존의 관전에서 사자의 갈기가 지닌 의미는 희박하다. 
짝짓기 한 후 숫컷을 잡아먹는 사마귀나 거미도 종족보전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진화의 수많은 무의미한 행위 중 하나에 불과하다. 
꼬리치레가 무리의 우두머리로 힘세고 용감하고 짝짓기 욕구가 왕성한 동료가 아니라 친절하고 자기희생적인 심지어 다리를 다친 늙은 새가 무리를 이끄는 것은 다윈의 적자생존이란 말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또 하와이섬의 아카티넬라는 그 모양과 색이 발견되었는데, 그 섬의 기후가 일정해서 특정 식물들만 자라고 있다는 것을 볼 때 그 종의 다양성은 환경에 적응해서 진화한다는 다윈의 이론에 역행하는 사례다.  
또 25년간 초파리를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현대 환경에 최적인 돌연변이 체를 만들어 약 100세대를 거쳐, 차후 50세대 동안 사육환경이 아닌 자영 환경에서 살아가도록 방출했으나 자연환경에서는 사육된 대부분의 형질이 사라졌다. 돌연변이를 통해 환경의 요구에 적합하게 바뀐 개체들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개체는 점차 사라진다는 다윈의 이론에 또 반하는 것이다.
자연은 무의미한 일들(초파리의 분홍색 눈 등) 을 발생시키고 유지시키기도 하며, 의미있는 일들(초파리 실험에서의 고령의 가임능력)은 사라지게 한다. 

결국 진화 과정에서 일관되게 관철되는 것은 품질이 아니라 다양성이다. <p142>

알바트로스는 착지하다가 목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고 팽귄은 우스꽝스럽게 뒤뚱거리며, 이집트의 대머리 독수리는 밤하늘을 날아갈 때 두개골이 노란색으로 반짝인다. 판다는 포르노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짝짓기를 할 수 없으며, 수사슴은 너무 큰 뿔때문에 나무에 자주 걸리기도 한다. 이 밖에도 여러 동물들이 결함을 가진 채 아직까지도 종족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진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진화가 '무자비한 생존 투쟁의 장'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보다는 여러 면에서 진화를 누군가가 지구상에 마련해 놓은 현란한 게임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p.14>

난 이 책을 생각보다 매우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 어렴풋이 그저 단순히 알고만 있었던 동물들의 형태나 생태들이 이렇게 다양한 이론으로 해석되어 설명된 것이 흥미로웠으며, 한 가지 이론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창조론이든 진화론이든 아직까지도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없다. 
그동안 진화론만 꿋꿋이 믿고 있었던 내게 새로운 시야를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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