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소통의 부재'라는 또 한번 쓸쓸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생활하는 우리는 과연 그들 한사람 한사람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매일매일 뻔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내가 당연히 느끼고 있듯 상대방 또한 그걸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어느 누구하나 알지 못한다.  어느 누구하나 나에게 진정한 관심이 없다. 매일매일 동고동락하는 동료들 조차도 사실은 모른다.

현대인의 자기 자신 이외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지극한 개인주의(?)를 꼬집는 슈이치식의 냉소적인 소설이었다. 결국 한사람의 지독한 절망으로 소설이 끝나지만 그것조차 그 사람 개인의 해프닝일 뿐 그 절망에 대한 어떤 슬픔도 없다. 영향도 없다. 이보다 더 고독할 수는 없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뼈져리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전에 읽었던 요시다 슈이치의 또 다른 소설 <퍼레이드>도 떠올랐다. 그것은 <랜드마크>와는 조금 다른 내용으로 사실은 상대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이야기였다. 어쨌거나 두 소설에서 모두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절, 무관심, 그리고 소통의 부재, 즉 개인주의라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며, 현대 사회 역시 그런 개인주의로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형 건물을 지탱하는 하나하나의 부속품인 볼트, 그 하나의 볼트가 삐걱거리다 파열해 버리면 처음에는 별 티가 나지 않지만 점차 근접한 볼트로 그 하중이 쏠리면서 천천히 뒤틀리다 결국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거대한 고층 빌딩, 거대 사회의 몰락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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