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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어주는 대가로 사랑을 제공받는 15살의 소년 미하엘이 있었다. 책읽어주기, 샤워, 사랑 나누기, 그리고 나란히 누워있기.... 이런 반복되는 의식을 통해 소년시절 미하엘에게 한나는 사랑의 감정을 일깨워주는 이상적인 여성으로 그의 가슴 속 깊이 새겨지게된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한나가 일방적으로 떠나면서 끝나게 된다. 미하엘은 법학도로 성장하게 되고 10년 후 그들은 법정에서 만난다.
한나는 독일 나치 치하에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삶이 종전 후 전범으로 평가되어 재판을 받게 되지만 변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문맹을 최고의 수치로 여겼던 한나에게는 그것이 밝혀지는 것만큼 자기 자신에게 치욕스런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수년이 흐른다. 한나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고, 현실에서 그녀를 그리워하면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미하엘은 그녀가 수감된지 8년이 지난 시점부터 10년 동안 책읽기 녹음을 하여 그녀에게 보낸다.
이 책을 처음 몇페이지 읽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 나오는 그들의 육체적 사랑이 결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15살의 어린 소년과 36살 여성의 사랑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덕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기가 점점 더 불편해졌다. ’이런 내용의 책인 것이야?’ 하면서 적잖히 실망도 했다. 하지만 소설을 계속 읽을수록 이 책이 단순한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결국 비극으로 끝나버렸지만 그것이 단순히 남녀 사랑의 비극을 넘어선.. 그렇게 한 인간의 삶을 끌고 나갈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비극과 문맹의 비극.그리고 의사소통의 부재.. 이런 모든 것들을 한 여인에게 모두 덮어씌우는 우리 사회의 비극이야기인 것이었다.
독일인에게 있어서는 세계대전, 나치 치하 등 힘든 역사를 겪었고 유대인 학살, 전범처리 그리고 후대에 그 역사에 대한 평가 등 아직까지도 그런 여운과 문제들이 깨끗이 처리되지 못하고 잔재해 있다. 우리나라도 아직까지 친일세력이 잔재해 있다. 그런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어느 선까지 용서해야하고 어느 선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런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하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그리고 후대에는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의 바탕에 깔고 있었던 이런 여러가지 어두운 사회적 배경과 또 법정에서의 재판 과정을 통해 난 웬지 씁씁하고 뭔가 깊숙히 답답한 여운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