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십팔사략 박스세트 (올컬러 완전판) - 전10권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십팔사략>은 중국 송나라 말기 사람이었던 증선지(曾先之)가 <사기(史記)>를 비롯한 송나라 때까지의 역사서 18종의 내용을 뽑아 엮은 책이다. 초학자용으로 편찬된 책이기 때문에 조선에서 중국 역사와 한문을 동시에 가르치기 위한 교재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故 고우영 작가가 그린 <십팔사략>은 증선지의 <십팔사략>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일단 만화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접근하기 쉽다. 또한 역사적 사건에 작가 특유의 유머와 현대적인 감각이 감칠맛나게 버무려져 단순히 만화적 재미만으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십팔사략>에는 사자성어가 많이 나온다. '관포지교' 등 유명한 사자성어가 유래된 일화를 만화로 알기 쉽게 그려놓았기 때문에 학습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항우, 유방, 유비, 조조, 측천무후, 이백, 소동파, 왕희지 등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중국의 유명인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나온다. 긴 기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만큼 각 인물의 이야기 자체는 아주 짤막하게 실려있지만, 그 때문에 다른 고전들을 읽고 싶다는 욕망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를 다룬 <초한지>, 천하통일을 노리던 세 나라의 이야기를 그린 <삼국지>, 은나라의 멸망 과정을 요괴와 신선의 대립 구조로 각색한 <봉신연의>, 현장의 천축행에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라는 독특한 요괴 일행을 끌어들인 소설 <서유기> 등이 대표적이다.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서사적 구조를 지키고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덕분에 큰 줄기가 흔들리지 않아 순서대로 읽다 보면 중국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해학이 가미된 설정 및 대사들은 작품이 고루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가이새끼', '짜샤' 등의 비속어를 정감 있고 맛깔나게 사용하는 데 있어서  고우영 작가의 공력을 따라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불필요한 미사여구 없는 간결한 대사와 빠른 전개는  독자가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도록 한다. 


올컬러 완전판은 故 고우영 작가의 아들인 고성언 작가가 채색 작업을 맡았다. 게다가 '완전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판형이 시원스럽게 커졌고, 내용 이해를 돕는 각주와 주해가 추가되어 훨씬 풍성해진 느낌을 준다. 컬러가 되어가 가장 좋은 점은 복잡한 역사만큼이나 변동이 많았던 지도들을 이해하기 쉬워졌다는 것과 전투 장면 등에 생동감이 부여되었다는 것이다.



'적벽대전'의 한 장면


<고우영 십팔사략 올컬러 완전판>은 일단 완성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도 자체가 무척 좋다. 이 시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끝나지 않고 오래도록 두고 읽어도 좋을 작품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 독자들을 만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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