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신화편 - 중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중권의 첫번째 이야기인 할락궁이전은 천상의 꽃감관 할락궁이의 과거 이야기이다. 가난한 김진국 왕자 사라도령과 부유한 이웃나라 공주 원강아미는 우연히 만나 부부가 된다. 부유한 부인 때문에 자격지심에 빠진 사라도령은 천지왕의 꽃감관 부임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만삭이 된 아내는 끝까지 함께 가지 못하고, 못된 천년장자에게 속아 아들과 함께 그의 노예가 되고 만다. 

 

15년 후, 원강아미와 아들 할락궁이는 천년장자의 막내딸에게 심하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할락궁이는 식물을 빨리 자라게 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발견한다. 그것을 본 원강아미는 할락궁이에게 아버지를 찾아가 신이 되라고 한다. 아들을 도망시킨 원강아미는 천년장자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천신만고 끝에 아버지를 만난 할락궁이는 아버지가 만들어낸 꽃을 이용하여 천년장자 일가에 피의 복수를 하고 막내딸만을 살려둔다. 그리고 어머니를 살려내 가족이 모두 재회한다.


이 이야기에는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먼저 사라도령이 가지고 있던 아내에 대한 자격지심이다. 잘난 아내를 부담스러워하는 남편들의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참 흔했던 모양이다. 사랑은 현실을 덮어두기에는 유효기간이 너무 짧다.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꽃 이야기이다. 피살이, 살살이, 뼈살이꽃에 대한 옛날이야기는 우리 외할머니의 단골메뉴였다. 이것이 애초에 신화로부터 전해내려져와 옛날이야기와 결합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두번째 이야기인 성주전은 목수 황우양 부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별궁의 대들보가 돌풍으로 무너지자 염라는 차사를 보내 이승의 목수 황우양을 데려온다. 저승으로 가던 길에 황우양은 소진항이라는 풍수사를 만난다. 그는 묘한 말로 황우양의 속여 옷을 바꿔입고 황우양으로 변신하여 이승을 향한다.

 

한편 황우양의 부인 막막은 변신한 소진항을 황우양으로 믿고 반긴다. 그러나 금세 그가 황우양이 아님을 알고 경계하자 소진항은 그녀를 기절시켜 납치한다. 그리고 황우양은 아내 걱정에 순식간에 대별궁을 지어내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집은 이미 폐허가 되어있다. 그는 막막이 남긴 메시지를 발견하고 그녀를 찾아나선다. 중간에 산신의 도움을 받아 막막이 있는 소진뜰에 도착한 황우양은 막막과 재회한다. 소진항을 나무에 가둬버린 황우양 내외를 찾아온 대별왕은 그들에게 수호신이 될 것을 제안한다. 그래서 그 둘은 성주신과 터주신이 된다.


황우양과 막막 부부는 신화편 중에 가장 보기 좋은 부부이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여 서로의 의견을 늘 존중한다. 특히 부인 막막의 캐릭터는 소위 신여성의 그것이다. 남편을 대범하게 내조하는 것, 그리고 때로는 남편을 지켜줄 수도 있을 만큼 강하고 당당한 여자이다. 여자주인공은 늘 멋진 남자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민폐캐릭터인 경우가 허다한 요즘 드라마나 만화, 영화에 막막처럼 강하고 주체성 강한 진짜 여자 캐릭터가 점점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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