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방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0
앤절라 카터 지음, 이귀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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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을 새롭게 바꾼 이야기를 좋아해서 꽤 기대하며 읽었는데 아주 재미있거나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 글이어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해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의 집에 사는 귀부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믿고 읽었던 동화가 사실 여성의 모습을 얼마나 왜곡하고 있는지 비교하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적인 여성이라고 믿는 상은 얼마나 고정되고 정형화되어 있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어떤 것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나는 젊은 여자이며 처녀였다. 남자들은 자신들이 비이성적이면서도 자신들과 똑같지 않은 존재들에게 이성이 없다고 주장하듯 내게도 이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내 주위의 황량한 황야에서 한 사람의 영혼도 볼 수 없다면, 그렇다면 우리 여섯(말이나 말 탄 자들이나 양쪽 다)은 우리 사이에도 영혼이 하나도 없다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이 세상 최고의 종교들은 모두, 선하신 주님이 에덴동산의 문을 열고 이브와 그 친구들을 내쫓으셨을 때, 야수나 여자들에게는 그 연약하고 말랑한 영혼을 주시지 않았다고 명확하게 단언하기 때문이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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