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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세계의 숨은 질서 - 자연과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원리를 찾아서
장현기 지음 / 피톤치드 / 2026년 11월
평점 :

세상은 논리와 계산만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감정과 충동만으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세상은 모두 직관과 이성, 경험과 구조가 얽히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 책은 바로 그 두 방향에서 세상을 따라가 본다. 그래서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인간의 삶과 경험, 문화, 사회와 기업을 삶의 언어로 시작해 구조의 언어로 내려간다. 인간의 경험이 어떻게 과학적 구조와 연결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2부는 과학과 구조의 언어에서 출발해 다시 인간과 문명, 삶의 태도로 돌아온다. 눈앞에 드러난 현상만으로는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관계와 구조, 시간의 축적이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ChatGPT나 제미나이 같은 서비스이다. 입력만 하면 노래도 만들어주고, 이미지도 생성해 주고, 내가 하면 몇 시간이 걸리는 보고서도 순식간에 만들어준다.
이렇게 편리하고 좋은 기능을 인터넷만 되면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다.
이런 서비스들은 실제로는 수많은 서버가 전기를 소비하고, 냉각 장치가 돌아가며, 최신 반도체와 네트워크 장비가 끊임없이 투입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주고받는 대화 몇 줄 뒤에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말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왜 이런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일까?
이유는 "일단 무료로 시작한 뒤, 나중에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만든다"라는 전략이 플랫폼 비즈니스 업계의 표준처럼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공고 수익 규모는 거의 사용자 수에 비례한단다.
정리하면 지금까지 공짜라고 생각한 많은 서비스가 그 대가를 '나의 시간'으로 받아 왔던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공짜 서비스에 머무르는 시간만큼 광고를 노출할 수 있고, 그 기회는 곧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무료인데도 사용자들이 갑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이러니했었는데, 우리가 무료 서비스를 사용하면서도 강한 권리 의식과 소유감을 느끼고, 기업들은 사용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알 것 같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엔트로피(Eenttopy)'라는 물리학 용어가 등장한다.
그리고 엔트로피를 열역학과 통계역학, 그리고 정보이론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세 분야에서 정의되는 엔트로피는 서로 다른 현상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 결국 하나의 공통된 원리에 닿게 된다.
그리고 여러 설명을 거쳐 결국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이처럼 공짜가 없다는 단순한 직관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엔트로피라는 물리법칙으로 이어진다.
우리 눈에 놀라운 성공으로 보이는 사건들,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고도화된 문명은 모두 낮은 엔트로피 상태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그리고 질서에는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에너지, 보이지 않는 노력이 선행된다는 법칙으로 귀결시킨다.
다른 영역들이 계속 자리를 바꾸며 등장하고 있지만 전혀 산만하지 않다. 어려운 개념임에도 누구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의 통찰력과 필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구조를 자연과학의 개념이라는 시선으로 읽어내는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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