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치원의 선생님이 '사흘 후에 행사가 있으니 참석해 주세요.'라고 수첩을 통해 학부모님들에게 메모를 남겼다. 하지만 행사 당일에 한 학부모님은 오시지 않았다. 그 아이는 부모님이 오시지 않아서 매우 실망했다고 한다.
행사를 마치고 선생님이 그 학부모님께 연락을 하니 학부모는 되레 '사흘 후'라고 하지 않았냐며 화를 내셨다고 한다.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매우 심각한 이야기이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자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말이 어떤 자리에서 생겨났는지, 어떤 이유로 사용되어 왔는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뜻과 쓰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오늘의 우리는 그것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함께 살피는 일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한자어들은 다양한 유형과 역사를 지니고 있다.
잘못 알고 있던 말의 본모습을 되찾고, 같은 듯 다른 말들의 뉘앙스를 구분하며, 우리가 습관처럼 사용하는 표현 속에 어떤 시선과 철학이 숨어 있는지 알려준다.
나는 자주 혼돈되는 단어들을 정확히 짚어주는 점이 가장 좋았다.
특히 직장인이라서 '결제'와 '결재'의 차이와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결정할 결 決'에 '건널 제 濟'를 쓰는 '결제'는 '일을 끝맺고 관계를 정리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결정할 결 決'에 '마를 재 裁'를 쓰는 '결재'는 '결정할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하여 허가하거나 승인'하는 과정을 말한다.
결제가 과거를 정리하는 행위라면, 결재는 미래를 여는 판단이 된다.
'결재'와 함께 알아두어야 할 단어로는 '전결', '대결', '후결'이 있다.
'전결'과 '후결'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대결'은 좀 생소했다.
'대신할 대 代'자를 사용한다. 결재권자가 부재 중일 때 대신 결재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멈추지 않도록 흐름을 이어주는 보완 장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