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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시간을 위하여
성진 지음 / 도도서가 / 2026년 4월
평점 :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기술의 진보를 목격하며 경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의 공허함은 더욱 깊어만 간다.
챗GPT의 알고리즘이 정답을 내놓고 양자역학이 세계의 근간을 설명하는 시대라 할지라도,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인류 최고(最古)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성진 스님의 저서 『버티는 시간을 위하여』 는 이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 불교적 통찰을 바탕으로 따뜻한 위로와 냉철한 성찰을 건네는 책이다.
책의 여러 대목 중에서도 특히 3부는 나라는 존재의 본질과 삶의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주었다.
스님은 현대인이 겪는 고통의 상당 부분이 '편향'에서 비롯됨을 지적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에서의 '편' 가르기는 참으로 냉혹하다.
내가 속한 집단과 생각에 매몰되어 타자를 배척하는 편향의 늪은 우리를 끊임없이 갈등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 늪을 빠져나오기 위한 해법으로 바른 견해(正見)에 기반한 '마음챙김'을 제안한다.
이는 어느 한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의 길을 걷는 것이다.
내가 지금 어떤 편향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스스로 만든 틀에 갇혀 진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통렬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다종교 사회를 살아가는 종교인의 자세에 대한 통찰이었다.
흔히 불교 신자들은 화합을 위해 자신의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여긴다.
반면, 적극적으로 신앙을 표현하고 포교에 나서는 타 종교인들을 보며 관계의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성진 스님은 오히려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 상호 존중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힐 때 비로소 상대방도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진정한 소통의 기반이 마련된다는 설명이다.
이 구절을 읽으며 뒤통수를 맞은 듯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동안 타 종교인의 어필이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 안에 타자의 다름을 온전히 수용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가 갈등의 소지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고 예의를 갖추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관계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책은 단순히 불교의 교리를 설파하는 종교 서적이 아니다. '경계인'으로 살아가며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모든 현대인에게 건네는 다정한 손길에 가깝다.
책장을 덮으며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조용히 점검해 보았다.
버티는 시간은 그저 고통을 참아내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발견하고 단단하게 다져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밤, 혹은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할 때 이 책은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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