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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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더 이상 설레는 날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한 살 더 먹었다는 기쁨보다, 지나온 시간의 무게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전남편과 헤어진 날이 생일이라, 생일이 돌아오면 이혼한 지 몇 년째인지부터 세게 된다는 사에코의 이야기가 오래 남는다.

‘올해도 우울한 날이 오는구나’라고 생각하던 사에코가 결국 스스로의 생일을 챙겨보기로 결심하는 장면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거창하지 않아도, 나를 위한 식사와 약간의 시간적 여유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별다른 사건 없이 흘러가는 생일 하루를 따라가는데도 이상하게 위로를 받게 된다.

<거짓말 컨시어지>는 ‘거짓말을 들키지 않는 비결’이라는 다소 실용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한 거짓말을 기억할 것, 충분히 그럴듯한 내용일 것, 공적인 기록을 남기지 말 것. 어딘가 건조하고 냉정한 규칙 같지만, 읽다 보면 거짓말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철학처럼 느껴진다.

아이자와 씨 같은 인물을 떠올리며 불균형한 인간관계의 공포를 실감하게 되고, 미노리의 입장이 되어본 기억을 더듬으며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특히 동아리를 그만두기 위해 거짓말을 고민하는 사키의 이야기는 현실적이다.

관계 안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면 누구라도 도망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 조카를 위해 기꺼이 거짓말을 감수하는 이모의 선택은 단순한 편들기가 아니라 깊은 공감에서 비롯된 행동이라 느껴진다.

공감하지 못했다면 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니오카의 의뢰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돈을 갈취하는 행동과, 거짓말로 그 돈을 지키려는 행동 중 무엇이 더 나쁜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거짓말은 강한 추진력을 필요로 하는 특수한 일이라는 말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거짓말은 가볍게 던질 수 있는 말이 아니라, 감당할 각오가 필요한 행위라는 뜻처럼 들린다.

사나코와의 관계는 이 책에서 가장 날것의 감정을 드러낸다.

이해받고 싶어 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태도, 사과할 마음은 없으면서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관계의 피로감이 생생하다.

약속을 취소하기 위한 거짓말은 가능하지만, 이해받고 싶다는 욕구까지 충족시켜 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상대의 이기심에 상처받으면서도, 나 역시 그런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거짓말은 분명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부정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멈춰야 하는지 구분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거짓말을 정당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피할 수 없다면 고민하고 성찰하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그래서 읽고 나면, 거짓말에 대해서 조금은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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