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예보 -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 아홉 명 전문의가 전하는 마음 사용법
윤홍균 외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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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한 권의 책으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예보』는 꽤 믿음직스럽다.

학교도, 세부 전공도, 활동 지역도 다른 이들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글을 썼다는 배경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특정 이론이나 한 사람의 관점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색깔의 시선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독자는 훨씬 넓은 위로와 이해를 받게 된다.

책 속 문장 중 “차 조심해라!”라고 말하기보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아니니?”라고 묻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대목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각박해졌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 못한 채 마음속에서 혼자 버티고 있는지를 단번에 드러내는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 이전보다 더 많이 연결되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을 느끼기엔 너무나 좋은 환경에 놓여 있다.

접촉과 친밀감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람들 틈에 있어도 고립감을 느끼는 경험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시대 속에서 독서가 왜 여전히 중요한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독서는 타인의 세계에 조심스럽게 발을 들이고, 나와는 다른 삶과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마음 예보』를 읽으며 “앞으로는 더 많이 읽고, 그로부터 얻은 행복감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성인 ADHD에 대한 이야기였다.

요즘은 일이 느리거나 집중을 잘 못하면 쉽게 “성인 ADHD 아니야?”라는 말이 오간다.

그만큼 ADHD라는 진단명이 흔하게 소비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책에서는 ADHD 환자에게서 전두엽, 특히 전전두엽 기능 저하가 관찰된다는 점과 함께, 과거에는 성격 문제나 의지 부족으로 치부되던 것들이 이제는 뇌의 특성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변화도 짚는다. 동시에 자신의 어려움을 곧바로 ADHD로 단정 짓는 경향에 대해서는 분명한 우려를 표한다.

실제로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순수한’ ADHD만 있는 경우는 16%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다른 진단이 함께 존재한다고 한다.

넘쳐나는 의학 정보와 불안을 자극하는 광고 속에서 우리가 사이버콘드리아, 즉 부정확한 자가 진단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나 역시 스스로를 성인 ADHD일지도 모른다고 진지하게 의심했던 사람으로서, 책 속 이야기는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조증과 울증을 롤러코스터처럼 오가는 감정 속에서 자가진단 결과에 확신을 갖기도 했지만, 책을 읽고 나니 ‘가성 ADHD’라는 개념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저자가 제시한 것처럼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연습이 지금의 나에게 더 필요한 처방일지도 모르겠다.

『마음 예보』는 한 명의 의사가 정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대신 아홉 명의 의사가 각자의 언어와 방식으로 건네는 격려가 모여 있다.

표현은 달라도 목적은 하나다. 독자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내내 ‘설명받는다’기보다는 ‘같이 이야기 나눈다’는 느낌이 강하다.

마음이 흐린 날, 제목 그대로 오늘의 마음 날씨를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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