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불행사회
홍선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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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1부와 2부를 읽는 동안, 일본 사회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현실이 겹쳐 보이며 모골이 서늘해졌다.

책 속의 사례와 분석이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놀랍도록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할 정도로 생생했기 때문이다.

너무 불편한 현실 앞에서 차라리 책을 덮어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한 진단에 머무르지 않고, ‘금기된 해법’과 ‘생존 매뉴얼’이라는 이름으로 최소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숫자와 통계로 가득 찬 분석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아, 단편소설 「두 노인의 비극」과 수필 「저자 노트」를 먼저 읽었다.

그중에서도 「두 노인의 비극 #3」은 특히 마음을 무겁게 했다.

“마흔다섯 박 씨는 주소가 없어 취직이 안 됐고, 취직이 안 되니 집을 구할 수 없었다.”

이 짧은 문장은 사회 시스템에서 한 번 미끄러진 개인이 어떻게 끝없는 악순환 속으로 밀려나는지를 너무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도 박 씨는 존재하고,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행히도 에필로그가 「두 노인의 희극」으로 마무리되며 작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는데, 그 덕분에 책을 덮는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소확행’의 탄생 배경에 대한 설명이었다.

소확행은 단순히 아기자기한 취향이나 소소한 만족을 의미하는 유행어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이 ‘경제적 성공’이나 ‘평생 고용’이라는 최대 행복의 약속을 더 이상 지키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등장한, 젊은 세대의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라는 해석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소확행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그 이면에 깔린 현실을 알고 나니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힐링’ 열풍에 대한 분석도 인상 깊었다.

통제 불가능한 거시 경제와 사회 시스템 대신, 통제 가능한 ‘자기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는 현상. 음악, 명상, 아로마 테라피, 캐릭터 상품 소비 같은 미시적 활동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최소 불행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정신적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한국 사회에서 ‘갓생’ 트렌드나 명상·심리 상담 앱의 폭발적인 성장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일본의 ‘잃어버린 n년’을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개인이 시스템을 바꾸기는 어렵고, 각자도생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이 책은 최소한 우리가 무엇을 직시해야 하는지는 분명히 말해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경각심을 공유한다면, 파국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꿀 작은 가능성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조심스럽게 가져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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